mRNA 백신은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약독화해서 주입하거나 혹은 그 단백질을 주입하는 대신 단백질을 만드는 설계도를 인체에 주입한다. mRNA를 이용해서 인체 세포가 바이러스나 세균을 인식할 수 있는 물질을 직접 생산하는 것이다. 병원성이 있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들어갈 가능성이 없어 더 안전할 뿐 아니라 병원체에 대한 정보만 있으면 짧은 시간 내로 맞춤형 mRNA를 제조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실제로 화이지와 모더나의 코로나 19 백신 후보 물질은 불과 6주 만에 개발됐다.
코로나 19 백신을 계기로 많은 연구자들이 mRNA 백신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개발 속도가 빠른 것은 물론 mRNA 백신의 예방 효과가 기존의 백신보다 더 우월했기 때문이다. 미국 육군의 월터 리드 육군 연구소 (Walter Reed Army Institute of Research, WRAIR)의 과학자들이 이끄는 백신 연구팀은 말라리아 열대열원충 (Plasmodium falciparum)에 대한 mRNA 백신 후보 물질을 개발했다.
말라리아는 오래 전부터 인류를 괴롭혔던 기생충 감염으로 인체 세포 내에 숨는 특징 때문에 백신 개발이 쉽지 않다. 몇 년 전 열대열원충의 단백질인 CSP (circumsporozoite protein)를 목표로 한 단백질 재조합 백신인 RTS,S (상품명 Mosquirix) 나왔지만, 예방 효과가 높지 않아 새로운 백신 개발이 절실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mRNA 말라리아 백신 후보 물질은 CSP를 목표로 했지만, 쥐를 이용한 동물 실험에서 100% 예방 효과를 보여 앞으로 임상 결과가 주목된다.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하면 매년 40만 명에 달하는 인명을 앗아가는 감염병인 말라리아 예방에 새로운 게임 체인저로 부상할 수 있다.
현재 말라리아 이외에도 지카 바이러스나 인플루엔자(독감) 등 다른 질병에 대한 mRNA 백신 연구 역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mRNA가 백신은 물론 치료제 목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mRNA가 질병 예방과 치료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