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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남미] 19살 여성 납치해 23년간 감금한 남자…고작 징역 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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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123rf(자료사진.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자신보다 16살이나 어린 여자친구를 납치해 20년 넘게 자유를 구속한 남자가 마침내 법정에 섰다. 한 여자의 일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린 사건이지만 검찰은 징역 18년을 구형할 방침이라고 밝혀 벌써부터 여론은 들끓고 있다.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사법부는 27일(현지시간) 납치, 감금, 자유 구속 등의 혐의로 기속된 오스카르 알베르토 라코(60)에 대한 구두재판을 시작했다.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고 피고가 체포된 지 2년 만에 열리는 재판이다.

재판은 이제 막 시작됐지만 여론은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검찰이 18년 징역을 구형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다. 아르헨티나 사회에선 "한 여자의 인생을 망친 범죄자에게 말도 되지 않는 솜방망이 처벌이 될 것"이라면서 검찰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문제의 사건은 1996년 5월 아르헨티나 지방도시 로사리오에서 발생했다. 법정에 선 남자는 자신보다 16살 어린 여자친구를 납치해 감금했다. 당시 피고의 나이는 45살, 여자친구 마리아는 19살이었다.

일찍 결혼했지만 이혼하는 바람에 마리아는 당시 한 살짜리 딸을 둔 싱글맘이었다. 유치원교사로 일하던 그는 우연히 알게 된 피고와 교제를 시작했다.

마리아는 "포클랜드 전쟁 참전용사라고 내게 자신을 소개했었다"면서 "나이 차이가 컸지만 처음에 워낙 자상하게 챙겨주는 터라 거부감 없이 사귀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게 그의 인생을 엉망으로 만들 사건이 될 줄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남자는 언제부턴가 견디기 힘들 정도로 여자친구에게 집착하기 시작했다. 퇴근 후 귀가하자말자 전화를 걸지 않으면 벌컥 화를 내면서 욕설을 퍼붓는 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견디다 못한 여자가 이별을 통고하자 남자는 여자친구를 납치했다. 23년간의 노예생활은 이렇게 시작됐다. 남자는 여자친구를 쇠사슬로 침대에 묶어두곤 했다. 종종 가족들과의 통화를 허용하긴 했지만 바짝 옆에 붙어 당장이라도 위해를 가할 태도로 전화통화 내용을 감시했다.


2019년 마리아는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했다. 남자에게 끌려 나가 마당을 쓸다가 볼일이 급해진 남자가 화장실로 달려간 틈을 이용해 목숨을 걸고 벌인 탈출이었다. 남자는 결국 법정에 섰지만 마리아는 검찰의 징역 18년 구형 방침에 크게 실망했다.

어느새 44살이 된 마리아는 "23년간 갇혀 지내면서 딸을 키워주지 못했고, 인생이 완전히 망가졌다"면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고 한 사람의 인생을 철저하게 무너뜨린 사람에게 겨우 징역 18년이라니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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