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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남미] 언론탄압 견디다 못해 대체언론 유행하는 베네수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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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탄압을 견디다 못한 베네수엘라의 기자들이 다양한 방식을 통해 뉴스를 전하고 있다.

조악하지만 직접 인쇄한 신문(?)을 돌리는가 하면 여기저기 돌며 생방송 뉴스를 진행하기도 한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활동 중인 카피톨리오 버스TV도 이런 대체 언론 중 하나다. 후안 팔로 라레스 기자는 동료와 함께 버스를 타고 동네를 돌면서 뉴스를 전한다.

뉴스를 보는 듯한 기분을 잔뜩 돋우기 위해 그는 골판지로 만든 TV 모형을 손에 들고 뉴스를 전한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카피톨리오 버스TV 뉴스입니다"라는 멘트로 뉴스가 시작되면 시청자(?)들은 진지하게 주의를 기울인다.

팔로 라레스가 이렇게 뉴스를 전하는 건 팩트를 알리고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다.

그는 "독립언론과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선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면서 "앞으로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에 대한 통제와 감시, 탄압이 심해지면서 베네수엘라의 언론 환경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이후 지금까지 베네수엘라에서 사라진 신문 등 언론매체는 60개를 웃돈다. 일부 매체는 정부에 대한 불안과 증오를 유발했다는 이유로 천문학적인 벌금을 맞고 문을 닫았다.

현지 언론은 "1999년 취임한 직후 '독립 언론은 나의 최대 적'이라고 선언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노선을 마두로 대통령이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용지의 수입을 막는 등 노골적인 탄압이 20년 넘게 계속되면서 언론 환경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베네수엘라의 민단단체 '퍼블릭 스페이스'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23개 주 가운데 11개 주에선 지역신문의 씨가 말랐다.


신문이 발행되는 곳에서도 보급량은 어이없을 정도다. 카라카스에서 신문매대를 운영하는 프란치스코 마르케스는 매일 3부의 신문만 받는다. 대부분의 신문이 폐간되거나 발행부수를 줄이면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 상황이다. 그는 "신문을 찾는 손님이 3명만 오면 매진이 되고 만다"면서 "이게 정상이라고 보느냐"고 반문했다.

그나마 발행되는 신문은 두께가 크게 얇아졌다. 한때 베네수엘라 언론상까지 받은 신문사 라나시온은 과거 매일 1부당 30면이 넘는 신문을 찍어냈지만 지금은 15면만 찍고 있다.

그래도 종이가 부족해 신문 발행을 주 5회에서 주 4회로 축소했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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