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베트남

[여기는 베트남] 어려운 이웃 위해 ‘0원 아파트’ 제공하는 젊은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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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노이 타인찌 지구의 ‘0원 아파트’ 외부 모습
최근 베트남 하노이에서는 ‘0원 아파트’ 사연이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엄격한 봉쇄 정책을 시행하면서 일자리를 잃은 노숙자들에게는 ‘구원’이나 다름없는 이야기다. 

하노이에 사는 A(20)씨는 최근 아침식사를 거르기 위해 일부러 아침이 지나서야 잠에서 깼다. 매일 자선단체에서 제공하는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그는 아침식사를 할 형편이 못되기 때문이다.

7월 초 하노이에서 어렵게 일자리를 얻었지만, 봉쇄 정책으로 근무지가 문을 닫으면서 보름 만에 실직자가 됐다. 수중에는 300만 동(15만4000원)이 전부였다. 주변의 친구들조차 모두 고향으로 돌아갔고, 홀로 남게 된 그는 어떻게 하루하루를 버틸지 막막했다. 17살부터 막일을 하면서 돈을 벌었지만, 지금처럼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홀로 남겨지자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의 딱한 처지를 본 이웃주민은 그에게 “타인찌(Thanh Tri)의 딴찌에우(Tan Trieu) 거리에 가면 ‘0원 아파트’가 있다”는 소식을 알려줬다. 건네받은 연락처로 전화를 걸자 “갈 곳이 없으세요? 주소를 알려 드릴 테니 찾아오면 먼저 코로나19 검사부터 진행할게요. 검사 결과 문제가 없으면 이곳에서 마음 편히 지내셔도 됩니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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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원 아파트’ 객실 내부에는 냉장고, 에어컨 및 기타 필수품이 갖춰져 있다.
A씨가 찾은 곳은 10층짜리 빌딩이었다. 굶주림에 말할 기력조차 없던 그는 ‘정말 이곳에서 공짜로 지내도 되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와 형편이 비슷한 사람 2명과 한 방에 배정됐다. 그의 입소를 축하하는 뜻에서 계란 국수가 나왔다. 그리고 집주인이 건넨 돈으로 마트에서 쌀, 고기, 채소들을 사다가 음식을 해 먹었다. 예상외로 ‘0원 아파트’는 쾌적하기 이를 데 없이 편안했다. 

이 빌딩의 또 다른 객실 5곳에도 20여 명의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머물고 있다. 모두 갈 곳 없는 실직자, 노숙자, 병자들이다. 방마다 쌀과 라면 등의 음식이 배치돼 있고, 게다가 주인은 모든 입소자들에게 하루 5만 동(2600원)씩의 용돈도 지급한다.

이곳 ‘0원 아파트’를 운영하는 사람은 응우옌 쉬엔 통(28, 남)씨로 하노이의 한 부동산 회사 이사로 알려졌다. 노숙자들이 머무는 타인찌의 10층짜리 빌딩은 원래 그가 운영하는 부동산 직원 50여 명의 사무실과 작업장이었다. 코로나19로 사무실이 문을 닫으면서 많은 사람이 방을 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그는 이를 거절하고 건물의 5층과 8층을 불우한 이웃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통씨는 일자리를 잃고 노숙자로 전락해 굶주리고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선행을 결심하게 됐다. 그는 “나도 아주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굶주리는 시절이 있었다”면서 “한 끼를 먹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때가 있었지만, 하노이에서 빈손으로 사업을 시작해 작은 성공을 거두었다”고 말했다. 이어 “난 이들이 마주한 어려움이 어떤 것인지를 너무 잘 안다”고 덧붙였다.  

통씨는 지역 의회를 통해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돕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0원 아파트’를 소개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틀새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왔고, 결국 그는 타인쑤언(Thanh Xuan)구, 남뚜리엠(Nam Tu Liem) 지역의 건물도 노숙자들을 위한 숙소로 이용했다.

노숙자들이 입소 전에 모든 방들에 문제가 없는지 철저히 점검하고, 코로나19 진단을 시행한다. 이들에게 무료 숙소, 음식을 제공하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하루 5만 동씩의 용돈도 모두 응우옌 쉬엔 통씨가 제공한다. 

통씨는 “이 어려운 시기가 지나가면 이들이 안정적인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면서 미소 지었다. 

사연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재능과 선한 마음까지 겸비한 젊은 청년에게 더 큰 축복이 내리길 바란다”, “젊은 청년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어려운 시기 따뜻한 사연에 감동했다”는 등의 찬사가 이어졌다.

이종실 호찌민(베트남)통신원 litta74.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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