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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 정의 TECH+] 128코어 서버 프로세서 개발을 꿈꾸는 사이파이브, CPU 시장 태풍의 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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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사이파이브)
현재 CPU 시장은 ARM과 x86 천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ARM은 각종 임베디드, 컨트롤러, 사물인터넷, 모바일 기기에 탑재될 뿐 아니라 최근에는 서버와 워크스테이션까지 범위를 점점 넓혀 이제는 x86 CPU의 가장 큰 경쟁자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ARM 진영의 전망이 항상 밝은 것은 아닙니다. 아직은 결과를 장담할 수 없지만, 반도체 업계의 거인 중 하나인 엔비디아가 ARM 인수를 추진하고 있어 엔비디아와 이해 관계가 다를 수 있는 다른 회사들과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ARM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아키텍처가 오픈 소스 기반의 CPU 아키텍처인 RISC-V입니다. RISC-V는 모든 제조사가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금이라도 라이선스 비용을 내야 하는 ARM이나 아예 일부 회사만 제조가 가능한 x86과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아직은 RISC-V 아키텍처를 채용한 제품이 많지 않지만, 점점 제조사가 늘어나고 있을 뿐 아니라 주요 반도체 및 IT 대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RISC-V 기반 아키텍처 설계 회사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바로 사이파이브 (SiFive)입니다. 현재 매출 많지 않은 스타트업인데도 인텔이 20억 달에 인수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업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인수는 결국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이파이브는 인텔은 물론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형 반도체 제조사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사이파이브는 2022년에서 2023년 사이 고성능 CPU 아키텍처인 P550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P550은 인텔의 7nm 공정 (인텔 4)을 이용할 경우 코어 한 개의 면적이 0.23㎟에 불과할 정도로 작지만 2.4GHz로 작동할 수 있으며 SPEC2006int 벤치마크 기준 1GHz당 8.7점을 낼 수 있습니다. SPECint2006는 프로세서의 정수 연산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벤치마크 툴로 ARM Cortex-A75는 6점대, Cortex-A76은 9점대입니다. 최신 x86 CPU의 경우 10점 대 이상입니다.

1~2년 후 등장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P550의 성능은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크기가 매우 작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장점입니다. 사이파이브는 P550이 같은 성능의 ARM Cortex-A75보다 면적이 1/3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크기가 작다면 매우 많은 코어를 넣어서 연산 능력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다만 P550 자체는 아직 대형 서버 프로세서에 걸맞은 아키텍처를 지니고 있지는 않습니다. 사이파이브는 차기 아키텍처에서 서버 칩을 공개하겠다는 복안입니다.


사이파이브의 차세대 프로세서는 L1 캐시 용량을 128KB로 두 배 늘리고 L2 캐시 용량은 2MB로 8배 늘려 다른 서버 프로세서와 경쟁할 수 있을 만큼 용량을 키울 계획입니다. 그리고 여러 개의 코어를 탑재할 수 있게 16개 코어가 하나의 코어 콤플렉스를 구성하고 16MB의 대용량 L3 캐시 메모리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하나의 프로세서에 최대 128코어를 넣을 계획입니다. 코어 한 개의 성능을 P550보다 최대 50% 높이고 코어 숫자는 ARM 서버 프로세서급으로 높여 서버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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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파이브 차세대 아키텍처. 출처: 사이파이브)
흥미로운 부분은 인텔과 사이파이브의 협력 관계입니다. 사이파이브가 인텔의 최신 미세 공정을 이용해 서버 프로세서를 제조하면 인텔의 제온 제품군과 직접적인 경쟁 관계가 됩니다. 물론 서버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와 생태계를 구축한 x86 아키텍처가 당장 흔들리지는 않겠지만, 최근 서버 시장에서 ARM 기반 자체 프로세서 채택이 늘어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잠재적인 경쟁자를 늘리는 것은 인텔에게 좋은 일이 아닙니다.

이런 부분을 생각하면 인텔이 돈을 더 들이더라도 사이파이브를 인수하는 편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사이파이브가 독자 서버 아키텍처를 만들어 인텔과 경쟁 관계로 진입하게 되면 TSMC나 삼성전자 같은 다른 파운드리와 협력할 수 있다는 것도 부담입니다. 다만 야심 차게 개발한 프로세서의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찻잔 속의 태풍으로만 끝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RISC-V 자체는 상당한 잠재력을 지닌 아키텍처이고 라이선스 비용이 없는 오픈 소스의 장점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RISC-V 진영의 선두인 사이파이브가 몇 년 후 서버 시장에서 파란을 일으킬 수 있을지 미래가 주목됩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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