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상기구(WMO)가 지난해 아르헨티나-우루과이에 떨어진 벼락을 시간상 역대 최장 벼락으로 공식 인정했다고 아르헨티나 기상청이 1일(현지시간) 밝혔다.
관측 이래 지속시간이 가장 오래 간 것으로 공인된 벼락은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에 폭우가 쏟아진 2020년 6월 18일 떨어졌다.
아르헨티나 하늘에서 시작돼 국경을 넘어 우루과이까지 뻗어나간 벼락은 17초 넘게 계속됐다. 아르헨티나 기상청이 계측한 정확한 지속시간은 17.102 ± 0,002 초였다.
시간은 개별 벼락을 기준으로 1번 친 벼락이 이어진 시간만 계측한 것이다. 벼락이 꼬리를 물 경우엔 각각 개별의 벼락으로 보고 각각의 지속 시간을 따로 계산한다.
아르헨티나는 이렇게 시간상 오래 지속되는 벼락 또는 지리적으로 엄청난 길이를 뻗어가는 벼락을 '메가 벼락'이라고 부른다. 기상청 관계자는 "메가 벼락이 떨어진 적은 여러 차례지만 17초를 넘기는 벼락은 사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지속시간을 기준으로 종전의 최고 기록도 아르헨티나에 떨어진 벼락이었다. 2019년 3월 4일 아르헨티나 북부지방에 친 이 벼락의 지속시간은 16.73초였다.
아르헨티나 기상청은 "지속시간이 긴 벼락이 갈수록 자주 치는 경향이 감지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숙제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한편 세계기상기구가 인정한 지리상 가장 긴 벼락은 북미에서 기록됐다. 2020년 4월 29일 미국 남부에 떨어진 세계 최장 벼락의 길이는 세계기상기구 공인 기준으로 768km였다.
하지만 미국에서 새 기록이 세워지기 전까지 종전의 최고 기록을 갖고 있던 국가는 아르헨티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또 다른 남미국가 브라질이었다. 벼락에 관한 한 남미국가들이 세계 정상(?)을 다툰다는 농담이 나도는 이유다.
2018년 10월 31일 브라질 남부에는 길이 709km에 이르는 초대형 벼락이 떨어졌다. 서울-부산 왕복에 육박하는 길이다.
브라질은 벼락사고가 잦기로 유명한 국가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에 따르면 2000~2019년 브라질에선 주민 2194명이 벼락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해마다 100명 넘는 주민이 벼락을 맞고 숨진 셈이다.
사망자 중에는 농민의 비중이 26%로 가장 높았다. 논이나 밭에서 일을 하다 벼락을 맞고 사망한 사람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브라질 기상청에 따르면 브라질에는 해마다 7800만 회 이상 벼락이 친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