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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모집 때만 금지된 광둥어 사용?...중국의 이상한 선전 영상 ‘뭇매’

작성 2022.02.09 09:54 ㅣ 수정 2022.02.0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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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륙에서 사용되는 ‘푸통화’를 표준어로 대대적으로 보급해온 중국이 오직 군인 장병 모집 선전용 영상만 광둥어로 제작해 배포한 사실이 공개돼 뭇매를 맞는 분위기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은 중국 해방군신문의 보도 내용을 인용해, 최근 광둥어로 제작한 징병용 선전 영상을 배포해 군인 징집 시에만 광둥 지역 청년들을 모집하려 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고 8일 전했다. 

광둥어는 중국 남부권의 대표적인 방언으로 광둥성 일대와 홍콩, 마카오 등 일부 지역에서 사용해오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시진핑 정권이 들어선 이후 중국 당국은 광둥어로 게재됐던 주요 간판과 안내문, 명대 장군의 동상 명판을 철거하는 등 줄곧 광둥어를 푸통화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추진해왔다. 

문제가 된 것은 지난 중국 당국이 제작한 해방군 모집 영상이 공개되면서부터다. 중국 해방군언론센터가 최근 군인 징집 선전 홍보용으로 제작한 단편 영화에는 훈장을 단 채 등장한 한 고위급 장병이 한 손에 찻잔을 들고 “우리가 여기서 여유롭게 차 한 잔을 마시며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군인들이 목숨을 걸고 우리를 대신해 국가를 지켜주고 있는 덕분이다”면서 “진짜 남자라면 국가의 부름에 응하고, 전쟁에 임하면 반드시 승리하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 단편 영화 속에는 광둥성 지역의 랜드마크로 불리는 광저우탑과 사자춤 등 이 지역을 상징하는 각종 문화요소가 등장하기도 했다. 

선전 영상을 최초 공개한 중국 방송망 군사채널의 웨이보 공식 채널인 ‘중광군사’에는 영상 공개와 동시에 ‘광둥의 아들들아 빨리 와서 군입대에 참여하자’는 등의 노골적인 홍보문구도 달렸다. 이 모든 선전 문구들은 표준어인 푸통화 대신 광둥어로 제작됐다. 

하지만 이를 접한 누리꾼들의 상당수는 중국 당국의 선전 영상 내용이 ‘불쾌하다’는 감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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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수년 동안 광둥어 사용을 제한, 푸통화 대체 사업을 벌였던 중국 당국이 군사 징집 시에만 광둥어로 제작된 선전 영상을 제작해 배포한 것에 누리꾼들의 비판이 집중된 분위기다. 

더욱이 이 선전 영상은 중국 본토에서는 접속이 불가능한 해외 SNS 유튜브 등에도 공식 됐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이 해외 거주 중국계 청년을 겨냥해 제작한 영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분위기다. 

한 누리꾼은 “이 영상을 본 광둥성을 고향으로 둔 이들 모두 마치 당국이 전쟁 등 막다른 골목에 광둥어 사용자를 차별적으로 내몰려는 수작으로 느끼고 있다”면서 “지난 2014년부터 광둥성 내 공립학교에서 광둥어 사용을 금지했던 정부가 이제 와서 최전선에 배치될 군사 모집에만 광둥어를 사용해 아이들을 현혹하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한편, 중국 당국은 지난 2010년대에 접어든 이후 줄곧 중국 전역에 푸통화 진흥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여왔다. 특히 중국 정부는 오는 2025년을 기준으로 중국 전역의 소수 민족 언어를 중국 본토의 언어인 푸통화로 최대 85%까지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공공연하게 공개해오고 있다. 사실상 대학 진학을 위한 시험과 국가공무원 응시 시험 등에서 소수 민족의 언어 사용을 금지해오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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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이유로 지난 2010년 7월 광둥성에서는 광둥어 사용을 금지하는 정부에 맞선 대규모 민중 집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또, 지난해 11월 홍콩에서는 홍콩 소재 모든 대학에서의 광둥어를 사용한 강의가 전면 금지했다. 


이를 두고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 중인 한 누리꾼은 “광둥어로 제작된 징집 영화를 보고 큰 불편함을 느꼈다”면서 “중국 당국이 광둥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이들을 진정으로 아끼지 않고, 그들을 단지 도구로 이용해 전쟁 등 최전선에 내몰려는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절대로 청년들이 그들의 수작에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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