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국민들은 하루아침에 포근한 보금자리와 미래를 잃고 두려움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들의 참담한 현실을 전하던 외국 기자는 결국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영국 BBC 기자인 클리브 마이리는 지난 24일 저녁 10시 BBC 뉴스 방송에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취재 기자 신분으로 키예프에 머물고 있는 마이리 기자는 “이곳에서는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군이 동‧남‧북 세 방향에서 우크라이나를 향해 진격 중”이라고 전했다.
마이리 기자가 현장 상황을 전하는 순간에도 그의 뒤에서는 대피를 명령하는 사이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는 처참한 우크라이나 현실을 전하며 울음을 삼켰지만, 리포트를 마칠 즈음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지는 못했다.
어두운 우크라이나 수도에서 결국 눈물을 보인 마이리 기자의 모습은 생중계됐고, SNS에서는 이 모습을 담은 영상에 수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마이리 기자는 1996년 BBC에 경력 외신기자로 입사했다. 이후 80개국을 돌며 현지의 생생한 상황을 전달해왔다.
그는 과거 빅이슈와 한 인터뷰에서 “취재를 나갔다가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고 있다. 2003년 이라크로 취재를 떠날 때에는 가족들에게 일종의 유언장을 남겨야 했다”면서 “편지 형식으로 하는 작별인사는 내가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가족에게 상기시켰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국민과 함께 조국에 남을 것"...피신 거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자신을 ‘암살 1순위’로 삼았다는 정보를 입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 키예프에 남아 조국을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25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러시아군에 체포당하거나 살해될 위협에 처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피신을 제안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를 거절했다.
25일 주요 보좌진과 함께 키예프 대통령 청사 앞에 선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방어하기 위해 러시아의 군사 공격에 맞서 싸울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곳, 키예프에서 우크라이나를 방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CNN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현지시간으로 25일, 수도 키예프 남쪽 29㎞ 바실키프 지역에서 격렬한 교전이 발생했다. CNN은 우크라이나군을 인용해 “키예프주 바실키프에서 현재 격렬한 교전이 진행 중”이라며 러시아군이 지상군을 진격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틀째인 25일 기준, 우크라이나에서는 453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AFP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늘 우리는 영웅, 시민, 군인 등 137명의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며 “현재까지 부상자는 316명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