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이 사실상 해제됐으며, 그 출발을 알리는 계기로 중국의 OTT서비스 아이치이(바이두 계열)가 지난 3일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송출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한한령 이후 한국 드라마가 중국 광전총국(방송 규제 당국) 심의를 통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한령 이후에도 중국의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 등을 통해 다수의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공유된 것을 사실이지만, 중국 당국의 공식 승인 하에 정식으로 방영되는 것은 무려 5년 만의 일인 셈이다. 또한 한국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또 오해영’, ‘인현왕후의 남자’ 등이 줄줄이 중국판 유튜브로 불리는 빌리빌리(Bilibili)를 통해 방영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다.
하지만 이 매체는 중국 당국의 한한령 해제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한류 열풍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동시에 제기했다.
이 매체는 ‘한국 드라마가 연이어 중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으며, 사실상 한국 영상 산업은 전세계적으로 큰 성과를 거두는 등 이후에도 중국 시장 문을 두드릴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중국 정부의 입장과는 무관하게,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 자체적인 한한령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반중적인 입장을 취하는 한국 차기 정부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등장으로 인해 중국 누리꾼 스스로 한국 영상물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윤 당선인이 앞서 사드 추가 배치 공약을 선언한 것과 관련해 그 이행 여부가 중국 내 한국 영상물 진출 성공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해석인 셈이다.
실제로 이에 앞서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즈는 ‘윤 당선인의 사드 추가 배치 공약이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중국에서 방영되며 양국 문화교류가 재개될지 여부를 방해할 수 있는 불안 요인’이라고 지적했던 것과 일맥하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미국 버지니아 대학교 미디어학 아인 코카스 박사는 “한국의 사드 추가 배치가 현실화 될 경우, 한국 제품이 중국 내 보이콧 역시 강력하게 추진될 것”이라면서 “중국이 보이콧의 대상으로 삼는 한국 제품에는 문화 콘텐츠 산업이 대표적일 것이며, 중국 누리꾼들 스스로 한국산 제품에 대한 강력한 보이콧 움직임이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또, 한반도 전문가로 알려진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뤼차오 연구원은 “윤 당선인의 정치적 결정은 현재 낙관적 기류가 자리잡고 있는 한중 양국의 문화 교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를 고려해 윤 당선인 측은 모든 결정에 신중하라”고 주장했다.
뤼차오 연구원은 이어 “한국의 영상물 제작 산업은 전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중국도 가능한 빨리 양국 교류가 활발해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차기 윤 당선인 행정부의 선택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