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씨는 지난 1일 자신이 운영하는 식료품점 앞에서 손님에게 폭행을 당했다. 물건값을 제대로 치르지 않은 손님을 쫓아나갔다가 변을 당했다. 장씨 아들은 “한 남성 손님이 가게에 들어와 필요한 물건을 들고 계산대로 간 뒤, 이미 계산대에 서 있던 다른 여성과 시시덕거렸다. 그러다 계산대 위에 여성의 물건값만 던지고 나갔다”고 밝혔다.
손님이 물건 값을 제대로 치르지 않았다는 직원 말에 장씨는 손님 뒤를 쫓아나가 계산을 다시 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이상한 말만 늘어놓던 손님은 대뜸 장씨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장씨 아들은 “어머니가 기억하는 건 손님이 ‘텍사스’란 말만 여러 번 외쳤다는 것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먹에 맞아 밀려 넘어진 어머니는 엉덩이를 찧고 등과 머리를 바닥에 부딪혔다”고 분개했다.
현장 폐쇄회로(CC)TV에는 손님이 날린 주먹에 맞은 장씨가 쓰러지는 모습이 찍혔다. 모순적이게도 손님은 범행 후 한국산 차를 타고 현장을 떠났으며, 손님에게 맞고 쓰러진 장씨는 타박상과 골절이 의심돼 정밀 검사를 받았다.
장씨 가족은 경찰에 사건을 접수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수사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증오범죄 여부도 가리기 어렵다. 다만 장씨 아들은 인종차별로 의심되는 손님들의 시비와 폭행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장씨 아들은 “식료품에서 일하면서 어머니는 손님에게 수차례 언어적, 신체적 학대를 받았다”면서 “얼마 전에는 한 여성 손님이 가게에 들어와 난장판을 만들었고, 다른 여성 손님은 청소 중인 어머니를 주먹으로 때리고 도망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슬프게도 이런 일은 거의 매년 일어난다”고 안타까워했다.
미국 내 인종차별은 고질적 문제지만, 코로나19와 함께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혐오범죄가 갈수록 늘고 있다. ‘스톱 AAPI 헤이트’(STOP AAPI Hate)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3월 19일부터 2021년 12월 31일까지 미 전역에선 1만905건의 아시아계 증오범죄 사건이 보고됐다. 2021년 신고건수는 2020년 신고건수보다 무려 40%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한인 대상 범죄는 1755건으로 전체의 16.1%를 차지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증오범죄 대상이 된 아시아계 피해자 6명 중 1명이 한인이었던 셈이다.
이번 한인 업주 폭행 사건이 발생한 LA도 올해 1분기 증오범죄 건수가 5년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LA경찰국(LAPD)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LA에서는 138건의 증오범죄가 발생했다. 동일 기간 기준 2018년 47건, 2019년 68건, 2020년 69건, 2021년 104건으로 매해 증가한 LA 증오범죄는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