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은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이르핀에서 만난 한 미국인 의용군인과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30대 초반의 건장한 케빈은 우크라이나 외국인 의용군 부대인 국제군단 일원이다.
케빈은 지난 3월 자신의 부대가 러시아군 부대와 불과 50m거리를 두고 대치한 채 사흘간 교전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그는 “잠을 거의 못 잤다. 러시아군은 포병도 보병도 엄청나게 많았다”면서 “우리가 아무리 많은 적을 쫓아내도 계속해서 찾아왔다”고 회상했다. 그가 머물던 건물은 이르핀에서도 가장 외곽의 우크라이나군 주둔지 중 하나였다.
그는 최신식 장비로 무장한 러시아군에 맞서야 했다. 그는 “제대로 된 작전도, 항공 지원도 없었다. 공습이 있어도 대피할 수 없었다”면서 “처음부터 의용군으로 참여한 것이 미친 짓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장병들의 항전 의지에 존경심을 드러냈다. 그는 “의용군들은 모두 밀려드는 러시아군에 충격을 받았지만,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침착하고 냉정했다”고 회상했다. 또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지형지물을 활용하는 작전에 능했다”면서 “어느 길로 가고 어느 곳에 대기하고 어느 건물에 숨어야 하는지 모두 알았다”고 설명했다.
한때 번화했던 이르핀의 거리는 이제 상처뿐인 폐허이자 민간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곳이 됐다.
케빈도 러시아 군인의 민간인 학살 현장을 목격했다. 그는 “많은 민간인이 묶여 있다가 총에 맞은 뒤 아무렇게나 던져졌다. 전차에 치인 사람들도 봤다”고 밝혔다.
그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으로 파병을 갔던 미군 최정예 대테러 부대원으로서의 경험이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케빈은 대다수의 다른 퇴역 군인처럼 전장을 떠난 후 몇 년간 방황했다. 미국으로 돌아와 안정된 일자리를 구했지만, 전쟁 직후 “우크라이나를 위해 함께 싸워달라”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연설을 보고 곧바로 의용군에 합류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서부 공항에 도착한 뒤 차를 타고 키이우로 이동했고 몇 시간 뒤 최전선까지 오게 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외국인 의용군들에게 매달 2000~3000달러(약 250만~380만 원) 사이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호소 뒤 열흘 만에 지원자가 2만 명을 넘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현재 우크라이나에 주둔 중인 외국인 의용병 수는 기밀이라 공개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군 관계자인 안톤 미로노비치 대령은 CNN에 “최정예 대원들이 우크라이나 의용군에 합류하고 있다. 이들은 전투 경험이 많아 무기를 다룰 줄 알며 적을 어떻게 무찔러야 하는지도 잘 안다”고 말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