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R 최고법원은 이날 선고 공판에서 영국 국적의 숀 핀너(48)와 에이든 애슬린(29), 모로코 국적의 이브라힘 사둔(21)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용병 행위, 정권 찬탈 및 헌정질서 전복 활동 혐의 등에 대해 심리했다. 모든 증거에 대한 분석 결과 3명의 죄가 증명됐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도 모두 죄를 인정했다. (법률) 규정과 정의 원칙에 근거해 사형이라는 징벌을 내리는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한 달 안에 상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판결문이 낭독되자, 재판정 쇠창살 너머에 있던 핀너는 고개를 떨구고 괴로운 표정으로 눈물을 떨궜다. 애슬린과 사둔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세 사람은 최악의 경우 총살형에 처할 수 있다. 피고 측 변호인 사형 선고를 받은 세 명이 항소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모로코 국적의 사둔은 우크라이나 유학 중 육군에 합류했으며, 3월 중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볼노바하에서 포로로 잡혔다. 우크라이나 해병대원이었던 영국 국적의 핀너와 애슬린은 4월 중순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군에 투항했다.
군인 출신인 핀너는 2018년 우크라이나로 건너가 군에 입대했다. 간병인 출신인 애슬린 역시 같은 해 약혼자를 쫓아 우크라이나로 간 후 군 생활을 시작했다. 군 복무가 사실이라면 이들은 전쟁포로 자격으로 제네바 협약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가 장악한 DPR 사법당국은 이들을 ‘용병’으로 규정하고 사형을 선고했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우는 국제의용군을 용병으로 간주하고, 전쟁포로 자격을 부여하지 않을 거라고 경고한 바 있다.
포로 가족은 즉각 반발했다. 사둔의 아버지는 7일 모로코 매체 ‘마다르21’ 인터뷰에서 “아들은 우주비행사 꿈을 품고 우주과학을 공부하던 학생이다. 용병이 아니다. 돈 때문에 우크라이나 육군 보병에 합류한 것도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애슬린의 가족도 “애슬린은 우크라이나 군대의 일원으로서 다른 전쟁포로와 마찬가지로 존중받아야 한다. 그들은 용병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영국 정부 역시 합법성 없는 엉터리 판결이라고 DPR 법원을 맹비난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그들은 전쟁포로다. 아무런 타당성이 없는 엉터리 판결”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우리는 그들을 지원하기 위한 모든 것을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친러시아 성향의 DPR은 이웃한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과 함께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 분리·독립을 선포했다. 2월 말 DPR과 LPR 독립을 승인한 러시아는 두 공화국의 러시아계 주민 보호를 명분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군사작전’을 전개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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