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영방송 NTV는 핵폭발로 거대한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는 모습을 담은 장면을 보도했다. 마치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을 암시하는 듯한 오싹한 장면이었다.
해당 영상의 제목은 ‘핵 갈등을 예상하며-대량살상무기는 어떻게 지정학적 게임의 일부가 됐나’로, 핵폭발이 발생할 경우 그로 인한 닥칠 피해 등을 보여준다. 핵 폭발 직후 방사선이 퍼져나가는 모습, 방독면이 배치된 실내 등의 모습도 비춰준다.
이 영상은 언뜻 보면 핵무기의 역사와 위력을 소개하는 듯 보이지만, 최근 러시아가 언급한 핵무기 사용 위협을 고려하면 일종의 협박으로 해석된다.
푸틴은 이미 2020년 당시 우크라이나 영토에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핵 사용 방침에 서명했다.
푸틴의 바람대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일부를 점령하고 이곳의 러시아 병합을 공식 선언하긴 했지만, 불과 하루 만에 요충지인 도네츠크 북부 마을 ‘리만’을 우크라이나 군에게 빼앗겼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탈환을 통해 원래의 땅을 되찾으려 진격할 것으로 보이며, 반면 러시아군은 이제 자국 영토가 된 이곳을 지키기 위한 반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도네츠크 리만을 사이에 둔 양군의 다툼이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여부를 알 수 있는 첫 번째 단계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1962년 쿠파 미사일 위기를 언급하며 "무시무시했던 당시의 기억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되살아나고 있다"라고 전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러시아의 영토 합병 이후 서방 관료들과 분석가 사이에서 '77년 만에 핵무기가 쓰일 수 있다'라는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지금으로선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를 쓰려는 동향은 관측되지 않지만, 잇따른 패배와 징집령 등으로 인한 내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그가 전술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전쟁 초기보다 훨씬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2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불법 합병을 거듭 규탄하며 핵무기 사용 시 후과를 경고했다.
미국을 주축으로 결성된 유럽과 북미지역의 외교·군사동맹인 나토의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이날 미 NBC방송 '미트 더 프레스'에 출연,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푸틴의 핵 위협은 아주 위험하고 부주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푸틴이 어떤 핵이라도 사용할 경우 이는 러시아에 심각한 후과를 야기할 것"이라며 "우리는 핵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 왔다"고 강조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