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시간 대학 연구팀은 일부 사람들이 단맛에 둔감해지면서 점점 더 많은 설탕을 먹게 되는 이유를 연구했다. 반복적인 단맛 노출이 단맛에 대한 민감도를 떨어뜨린다는 것은 이미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알려졌다. 하지만 정확한 생물학적 기전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연구팀은 쥐를 이용해 단맛의 감각 둔화 기전을 연구했다. 연구팀은 실험 동물을 두 그룹으로 나눈 후 같은 먹이를 주고 4주간 같은 환경에서 키웠다. 유일한 차이는 실험군은 물 대신 설탕물을 주고 대조군은 그냥 물을 줬다는 것이다.
4주가 지난 후 연구팀은 혀의 단맛을 뇌로 전달하는 고삭 신경(chorda tympani)의 반응을 조사했다. 그 결과 4주간 설탕물에 노출된 쥐들은 단맛에 대한 고삭 신경의 반응이 절반이나 감소했다. 단맛에 같은 반응을 내기 위해서는 정상 대조군보다 두 배 많은 설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고삭 신경 반응이 둔화한 이유를 알기 위해 연구팀은 맛을 느끼는 기관인 미뢰와 미뢰에 연결된 신경을 조사했다. 그 결과 미뢰의 숫자나 신경의 숫자는 변화가 없었다. 대신 미뢰 안에 있는 단맛을 감지하는 세포의 숫자가 감소한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다행히 이런 변화는 가역적으로 일어난다. 4주간 설탕물을 준 쥐도 다시 4주 동안 설탕을 주지 않으면 단맛에 대한 반응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포유류의 미각 기관이 거의 비슷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사람에서도 같은 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연구는 일부 사람들이 단맛에 중독되는 이유를 보여준다. 하지만 잠시간 설탕 섭취를 줄이면 미각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 사실 더 중요하다. 다이어트를 위한 식이 조절에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다이어트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우리의 혀가 제대로 맛을 즐기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양념보다 적당한 절제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고든 정 과학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