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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는 막지 말자, 제발” 시위대에 막혀 병원 못 간 페루 10세 사망

작성 2022.12.16 08:51 ㅣ 수정 2022.12.16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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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시위대가 돌을 던지며 경찰과 맞서고 있다. (출처=에페)
페루에서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 탄핵으로 촉발된 대규모 시위사태가 애꿎은 어린이의 생명을 앗아가 안타까움과 분노를 동시에 자아내고 있다. 

페루 리마에 있는 산보르하 어린이병원의 소아과의사 술레마 토마스(여)는 1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제발 폭력을 중단하자. 그리고 구급차는 통과시키자.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울먹였다. 

토마스는 “우안카벨리칸에서 우리 병원으로 후송되던 10살 남자아이가 방금 전 사망했다”며 “사인은 다름 아닌 시위였다. 시위대가 고속도로를 막고 구급차를 통과시켜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망한 어린이는 열악한 지방에서 산보르하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다.

그는 “또 다른 여자아이 환자를 후송하던 구급차가 시위대의 돌팔매 공격을 받았다”며 “장장 10시간 동안 구급차가 시위대의 공격을 피해 돌고 돌다가 겨우 병원에 도착했지만 아이는 지금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술을 받기 위해 이번 주에만 지방에서 어린이 30명이 병원으로 후송될 예정이었지만 예정대로 (시간에 맞춰) 도착한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며 “구급차는 제발 막지 말자. 아이들이 죽어간다”고 거듭 호소했다. 

탄핵된 카스티요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격렬한 시위에 나서면서 페루는 격랑에 휘말렸다. 주요 고속도로는 시위대가 점거해 통행을 완전히 막고 있고, 공항과 경찰서 등은 시위대 공격을 받고 있다.

인명피해도 커지고 있다. 시위대를 막다 부상한 경찰은 이미 200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8명으로 불어났다. 현지 언론은 “총을 맞은 여자어린이가 리마로 긴급 후송돼 수술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격렬한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하자 페루 정부는 이날 전국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일부 지방에 제한적으로 선포했던 계엄령을 전국으로 확대한 것이다.

하지만 시위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현지 언론은 “총파업까지 소집되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페루 남부의 일부 지방은 이미 무법천지가 됐다”고 전했다.


시위대의 공격이 잦아지자 일부 항공회사는 국내선 운항을 중단했고, 쿠스코에선 잉카열차마저 끊겼다. 시위대가 점거한 고속도로는 일찌감치 돌과 불타는 타이어로 막혀 물류가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현지 언론은 “생필품 도매시장에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며 “페루가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시위대가 돌을 던지며 경찰과 맞서고 있다. (출처=에페)

손영식 남미 통신원 voni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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