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으로 지폐마저 외면을 받고 있는 아르헨티나에서 동전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동전은 돈이 된다는 사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졌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지폐나 동전을 가리지 않고 떨어지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덕분에(?) 고철 가격은 매일 뛰고 있다. 동전을 녹여 고철로 팔면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화폐 가치 폭락하고 고철가격 상승 특히 인기 있는 동전은 신규 발행은 중단됐지만 여전히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옛 2페소짜리 동전이다. 2페소 동전은 숫자가 새겨진 은색 작은 동전에 별도로 제작한 금색 테두리가 두르고 있는 형태다.
망치로 때리면 중앙 동전과 테두리는 쉽게 분리된다. 금색 테두리의 성분을 보면 95%가 구리다. 동전을 녹여 판다는 한 남자가 최근 SNS에 올린 영상을 보면 테두리만 고물상에 내다팔면 12페소를 받는다. 액면가의 6배를 챙길 수 있는 셈이다.
테두리가 빠진 중앙부 작은 동전의 성분도 구리 75%와 니켈 25%다. 남자는 작은 동전의 시세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액면가보다 몇 배나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건 분명하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2페소 동전 녹여 팔면 액면가 6배인 12페소 받을 수 있어 아르헨티나에서 동전을 녹여 판매하는 행위는 형법에 따라 처벌이 가능한 범죄다. 하지만 중앙은행은 엇갈린 유권해석을 내놔 오히려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
동전을 녹여 고철로 파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잇따르자 중앙은행은 “동전을 훼손하는 건 자신의 재산을 무용화하는 행위로 스스로 피해를 자초하지만 범죄는 아니다”라고 최근 밝혔다.
법조계는 “중앙은행이 법을 꼼꼼히 챙겨보지 않은 것 같다. 잘못된 설명이 범죄를 부추기는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인플레이션이 워낙 심각하다 보니 동전의 액면가와 실제 가치(제조원가)에 차이가 나는 건 중앙은행에게도 고민거리다.
중앙은행은 2013~2014년 센트 동전의 발행을 중단했다. 1페소, 2페소 등 페소화 동전은 계속 발행했지만 2017년 동전의 디자인을 바꿨다. 액면가보다 제조원가가 더 든다는 이유에서였다.
중앙은행은 액면가와 제조원가의 비율을 1대1로 맞춘 새 디자인 동전을 발행했다. 그러나 꾸준한 물가 상승으로 다시 비율은 기운 지 오래다. 아르헨티나에선 현재 1페소, 2페소, 5페소, 10페소 등 4종 동전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임석훈 남미 통신원 juanlimm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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