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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강간으로 임신한 페루 13세 소녀, 국가가 낙태 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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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rf.com 자료사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이하 유엔 위원회)가 친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해 임신했지만 당국의 불허로 낙태수술을 하지 못한 13세 페루 소녀 사건에 대해 “당국이 피해 아동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판결을 내렸다. 

영국 가디언의 16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번 주 유엔 위원회는 페루 당국이 카밀라(가명)라는 13세 소녀에게 합법적이고 안전한 낙태에 대한 정보 및 접근을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소녀의 건강과 생명에 대한 권리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페루 남부 아푸리막주(州) 출신의 피해 소녀는 9살 때부터 친부에게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해왔다. 

피해 소녀는 2017년 당시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을 알게 된 뒤 어머니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아버지의 성폭행으로 임신하게 됐으며, 임신 지속을 원하지 않는다고 반복적으로 설명했지만 병원은 낙태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후 페루 검찰과 보건 당국에도 관련 사실을 밝히고 낙태를 허용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 

페루에서는 임산부의 생명에 위협이 되거나 심각하고 영구적인 질병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다. 치료 목적의 낙태는 1924년부터 허용해 왔지만, 그 밖의 사례로 낙태할 경우 범죄로 간주하고 처벌한다. 

피해 소녀는 이후 태아를 유산했지만, 결국 낙태죄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현지의 한 인권단체가 이를 유엔 위원회에 제소하면서 사건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해당 단체 측은 “피해 소녀는 낙태를 거부하는 의료계에 의해 두 번 피해를 입었다”면서 “피해 소녀가 태아를 유산했을 때에도 간호사들이 경찰과 함께 소녀의 집으로 찾아와 검진을 받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폭행범인 아버지를 수사하던 검사는 도리어 피해 소녀를 고의로 낙태한 혐의로 고발하고 기소했다. 이 일은 피해 소녀의 정신 건강에 더욱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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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법적 낙태를 요구하는 페루 시민의 집회. EPA
최근 유엔 위원회는 해당 사건에 대해 “낙태 요청이 반복적으로 무시되고, 집과 학교에서도 인권을 침해당했다”면서 “이는 나이와 성별, 사회적 지위에 따른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 소녀가 안전한 낙태에 접근할 수 없었던 것은 성별에 따른 차별적인 대우였으며, 성적 고정관념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처벌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페루 당국이 청소년기 여성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유엔 위원회의 판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13세 페루 소녀 A는 자신을 성적으로 학대한 가해자의 아이를 임신한 뒤 낙태가 거부되자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고, 이후 하반신 마비라는 끔찍한 결과에 이르렀다.

또 다른 사례에서 17세 소녀는 태아가 무뇌증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음에도 낙태를 거부당했다. 

유엔 위원회 측은 “페루 당국은 모든 아동 임신 사례에서 낙태를 비범죄화해야하며, 안전한 낙태 서비스와 임신한 소녀를 위한 낙태 후 관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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