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보면 프리고진은 다양한 가발과 수염으로 분장하고 여러 유니폼을 입고있는데, 현지언론은 그가 야전 사령관, 국방부 장교, 외교관, 상인 등 다양한 인물로 변신했다고 전했다. 그가 이처럼 변신한 것은 중동과 아프리카 등지에서 용병 사업을 벌이는 바그너 그룹의 업무와 관련있어 보인다. 그러나 현지매체들이 이 사진을 공개한 목적은 명백하게 프리고진에 대한 모욕과 망신주기로 추정된다.
실제로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프리고진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조롱하는가 하면 일부 네티즌들은 지난 2012년 개봉한 영화 '독재자'에서 사샤 바론 코헨이 맡았던 캐릭터 알라딘과 비교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프리고진을 코미디 영화의 주인공처럼 조롱해 그의 위상을 추락시키려는 의도로 무장반란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모욕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셈이다.
프리고진의 셀카 사진은 경찰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그의 자택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친정부 매체인 이즈베스티야는 당시 경찰이 수색과정에서 금괴와 다량의 총기를 발견했으며 특히 바그너 그룹과의 전투에서 참수한 것으로 보이는 시신 머리를 찍은 사진, 박제된 악어 등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무장반란 이후 프리고진이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달 24일 밤이 마지막이다. 당시 그는 차량을 타고 전날 바그너 그룹이 장악했던 로스토프나노두의 군시설을 떠났다. 특히 길거리에는 많은 시민들이 나와 그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으며 이에 프리고진은 상기된 표정으로 차창을 열고 옅은 미소로 화답했다.
이후 행방이 묘연해지며 실종설, 심지어 암살설까지 나돌던 그는 지난 3일 음성메지지를 통해 '생존신고'를 했다. 그는 음성메시지를 통해 “우리의 ‘정의의 행진’이 반역자들과 싸우고 우리 사회를 집결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는 점을 이해해주면 좋겠다”면서 “가까운 장래에 전선에서 우리의 다음 승리를 보게될 것을 확신한다. 감사하다”고 밝혔다.
프리고진은 현재 벨라루스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최근 며칠 사이에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목격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