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선의 성배’라고도 불리는 이 대형 범선의 이름은 ‘산호세‘(San Jose). 이 범선에 얽힌 사연은 지난 17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페인 국왕의 소유인 산호세는 당시 식민지였던 볼리비아와 페루 등지에서 약탈한 귀금속을 가득싣고 정기적으로 남미와 스페인 사이를 오갔다. 그러나 산호세는 지난 1708년 6월 8일 영국 함대와 전투를 벌이던 중 콜롬비아 카르타헤나 해안 인근에 정확한 위치도 남기지 않은 채 침몰하면서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당시 이 배에는 약 1100만 개에 달하는 금과 은화, 볼리비아 등에서 채굴한 에메랄드와 기타 귀중품이 가득 실려있었으며 현 추정가치는 대략 200억 달러(약 26조 6400억원)에 달한다.
이렇게 300년이나 전설 속으로 사라진 산호세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1981년 미국 회사인 글로카 모라가 보물선의 위치를 찾았다고 주장하면서다. 당시 회사 측은 산호세를 회수하면 보물의 절반을 받는다는 약속을 받고 좌표를 콜롬비아 정부에 넘겼다.
그러나 지난 2015년 콜롬비아 정부는 자국 해군이 탐사 과정에서 산호세를 찾았다고 발표하며 이 위치는 글로카 모라가 제공한 좌표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에 글로카 모라 측은 이같은 발표를 부정하며 콜롬비아 정부를 상대로 보물의 절반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또한 산호세의 원소유주인 스페인, 또한 보물의 원소유주인 볼리비아까지 저마다 지분을 주장하는 상태라 향후 결론이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다.
이처럼 법적, 외교적 분쟁에 휩싸인 보물선은 600m 바다 아래에 수장되어 있으며 정확한 위치는 국가 기밀이다. 콜롬비아 해군 소장인 헤르만 레온 린콘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탐사에는 최대 1500m 깊이까지 하강할 수 있는 로봇 장비가 동원될 것”이라면서 “민간 기업과 협력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특히 콜롬비아 정부는 난파선 탐사에 보물보다는 문화유산이라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현지 고고학자인 카를로스 레이나 마르티네즈는 “이번 탐사는 배가 침몰했을 때 600명의 삶과 죽음을 밝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