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보당국이 러시아의 사보타주(고의적 파괴 공작)로 항공기가 추락하거나 상공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대형 사고가 날 뻔했다고 주장했다.
쥐트도이체차이퉁(SZ) 등 현지 언론의 14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토마스 할덴방 독일 연방헌법수호청장은 이날 국회에 출석해 지난 7월 자국에서 적발된 폭발물 소포를 언급하며 “아무도 다치지 않은 건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다. 비행 중 소포가 폭발했다면 항공기가 추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할덴방 청장이 언급한 폭발물 소포 사건은 지난 7월 발트해 연안 국가에서 발송된 소포가 독일 라이프치히의 DHL 물류기지에서 중간 분류작업 중 폭발해 화재를 일으킨 사건을 의미한다.
당시 독일 당국은 러시아 비밀요원들이 유럽으로 배송되는 소포에 폭발물을 장착해 파괴 공작을 시도했다고 의심한 바 있다.
더불어 영국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었다는 사실이 최근에서야 밝혀졌다.
영국 가디언의 16일 보도에 따르면, 영국 테러방지 경찰은 현재 버밍엄의 DHL 창고에서 소포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한 사건을 조사 중이며 해당 사건이 러시아 스파이와 연관이 있다는 추측이 제기됐다.
지난 7월 22일 웨스트미드랜드주(州) 민워스 교외에 있던 DHL 택배 물품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폭발을 일으킨 소포는 항공편을 통해 DHL 창고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화물기와 여객기 중 어떤 항공편으로 이송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가디언 역시 “만약 소포가 비행 중 폭발했다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영국 당국은 소포 폭발 사건이 비슷한 시기 독일에서 발생한 사건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에 의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올해 들어 유럽 전역에서 러시아 스파이들이 벌여 온 대규모 작전의 일부라는 것이다.
영국 국내 정보기관 영국 보안국(MI5)의 켄 맥컬럼 국장은 지난주 “러시아 연방공 정보총국( GRU)이 영국과 유럽의 거리에서 혼란을 일으키기 위한 임무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러시아의 행동은 점점 더 무모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영국 가디언은 “버밍엄에서 일어난 사건은 가디언과 독일 방송국 등의 공동 조사 이후에야 공개됐고, 당국이 왜 더 일찍 이 사건을 공개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러시아의 (사보타주) 동기는 우크라이나의 서방 동맹국에 ‘비용’(책임)을 부과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음모는 때론 정확하고 때론 아마추어적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러시아 당국은 사보타주와 관련한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지난 7월 버밍엄 DHL 창고 화재와 관련해 체포된 사람은 없으며, 영국 경찰은 “다른 유럽 법 집행 기관들과 연락해 이것이 유럽 전역의 다른 유사한 유형의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월에는 런던 동부에 있는 우크라이나 관련 회사의 창고가 방화로 의심되는 화재 피해를 입었다. 당시 이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7명이 기소됐다.
지난 5월에는 폴란드 바르샤바의 한 쇼핑센터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폴란드 당국은 “해당화재는 러시아 스파이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송현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