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 트럭으로 위장했던 북한의 방사포가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위장 트럭의 컨테이너에 쓰여 있던 ‘룡악산샘물’ 마크는 지워진 상태다.
미국 군사전문매체 ‘워존’(TWZ)은 23일(현지시간) 민간 트럭으로 위장한 북한의 다연장로켓포(MLRS)를 보여주는 영상이 이날 소셜미디어(SNS)에 유포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MLRS는 바로 북한에서 방사포라고 부르는 무기다.
우크라이나의 저명한 종군 기자인 안드리 차플리엔코는 같은날 텔레그램에 북한이 민간 트럭으로 위장한 MLRS 여러 대를 러시아에 제공했고 이미 쿠르스크에 배치돼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도 이 무기가 쿠르스크에서 발견됐다고 말했다.
워존은 영상 속 MLRS가 북한 평양에서 열렸던 군사 행진에 처음 등장했던 북한의 무기와 정확히 일치해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이 행진은 북한이 지난해 9월 9일 정권 수립 기념일(9·9절) 75주년을 맞아 진행한 열병식을 말한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의 녹화 영상과 조선중앙통신 사진을 보면 열병식에 참여한 방사포 중 ‘룡악산샘물’ 공장 차량으로 위장한 것이 다수 있다.
이 방사포는 구경이 122㎜이고 발사관은 12개로 돼 있는데, 발사할 때만 발사관을 기립해 포격하고 다시 덮개를 닫아 숨기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이번에 쿠르스크에서 포착됐다는 것과도 같은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몇 분 만에 이 무기의 덮개를 여닫을 수 있어 사용 후에는 민간 차량과 구분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한다.
한국의 군사전문가인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위장 무기 체계의 도입은 민간 차량과의 혼동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무국장은 “일반 40피트 규격의 표준 컨테이너와 크기가 같아 외견상 도색을 바꾸면 이게 로켓·미사일 발사기인지 일반 컨테이너인지 구분할 수 없다”면서 “민간 컨테이너 차량을 공격하면 국제법상 전쟁 범죄가 돼 망설일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이런 무기를 배치해도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듯하다.
이 사무국장은 전장에 우크라이나의 드론 정찰이 급증하면서 컨테이너로 위장한 로켓은 쉽게 발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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