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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가자 전쟁 끝나도 무장 유지…이스라엘 대리세력과 싸우겠다”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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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사마 함단 하마스 대변인. 로이터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의 전쟁이 끝나도 무장해제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CNN방송 등은 17일(현지시간) 하마스 대변인이자 정치국 위원인 오사마 함단이 지난 15일 카타르에서 개최된 알자지라 포럼에서 이렇게 밝혔다고 보도했다.

함단은 이 포럼에서 이스라엘이 요구하는 가자 평화 방안 중 하나인 하마스 무장해제에 대해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하마스는 가자 전쟁으로 인해 소멸하지 않았으며 재편성해 (무장 저항을) 계속해 나가겠다면서 “우리에게는 (더 큰 세력으로) 확장할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달 19일부터 15개월여 이어온 전쟁의 휴전에 들어갔다. 하마스는 이 전쟁으로 전투 대원 1만~1만 5000명을 잃었다고 알려졌지만, 같은 기간 비슷한 신규 인원을 모집했다고 미국 정보 당국은 최근 밝혔다.

하마스가 통제하는 가자지구 보건부가 이 지역에서 팔레스타인인 4만 8200여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는 점에서 이 정보는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 가자 보건 당국은 전투원과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고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여성과 어린이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함단은 이스라엘이 치욕으로 여기는 지난 2023년 10월 7일을 ‘역사적인 성공’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는 당시 하마스가 이끄는 무장 대원 약 2000명이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해 약 1200명을 죽게 하고 250여 명을 인질로 잡아간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또한 하마스가 원할 때마다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있다면서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에 패배하는 상황을 담은 사진을 증거로 내보이고 가자지구 통치를 계속해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하마스가 가자내 다른 무장 세력과 권력을 공유하는 데 동의하겠냐는 질문에는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답했다.

함단은 현재 가자지구 재건 계획과 관련해 다른 중동 국가들에 나서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누구든 (가자지구에) 이스라엘의 자리를 채우러 온다면 이스라엘(적)과 똑같이 취급하겠다”면서 “누구든 이스라엘의 대리세력으로 일하고 싶어 한다면 그에 따른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가자지구 주민을 주변국으로 이주시키고 미국이 이 지역을 장악해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에 대해 이집트가 하마스를 배제할 가능성이 있는 대안 마련에 나섰다고 알려진 가운데 나왔다. 이집트는 카타르, 미국과 함께 가자 휴전 회담의 핵심 중재국이다.

앞서 이집트 국영 방송 알케헤라 뉴스는 자국 정부가 가자지구 재건을 감독하는 임시위원회 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당국자를 인용해 하마스가 전후 가자 통치에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아랍 국가들은 오는 27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릴 아랍정상회의에서 이집트가 마련한 대안을 논의하고 일부를 공개할 예정이다.

다만 함단의 이번 발언은 그다음 날 또 다른 하마스 대변인 하젬 카셈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방송 알아라비야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과는 모순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셈은 이 방송에 “하마스가 다음 단계의 정치적 또는 행정적 (휴전) 합의에 참여할 필요는 없다. 특히 가자지구와 관련해 팔레스타인 국민에게 이익이 된다면 더욱 그렇다”면서 “우리는 권력에 집착하지 않으며 가자 주민들을 위한 구호와 재건을 우선시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게르손 바스킨 전 이스라엘 인질 협상가는 함단의 발언이 우려스러운 의미가 있다면서 상황이 중대한 국면에 있다고 지적했다.

바스킨은 엑스(옛 트위터)에 “하마스는 전쟁을 원하고 있으며 이집트와 아랍의 가자지구 제안을 선제적으로 비난한다”면서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며, 하마스 (통치) 이후의 상황으로 가자지구에 대안적으로 합법적인 팔레스타인 정부를 수립하는 데 노력하지 않은 네타냐후(이스라엘 총리)와 미국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함단의 발언은) 이 테러 단체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과 가자지구의 전면전 재개가 단지 시간문제일 뿐임을 알려준다”고 덧붙였다.

무함마드 셰하다 유럽 외교협회(ECFR) 연구원은 하마스가 무장해제를 가자 평화 과정의 전제 조건이 되도록 놔두고 싶어하지 않는다면서 이에 대한 논의를 허용 한계선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하마스에는 가자지구 무장 주둔이 이스라엘이 가자에 영구적으로 머무르거나 서안지구에서 하는 일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전쟁을 향한 입장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점령하고 있지만, 1990년대 평화 과정의 목적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명목상의 자치권을 허용했다. 이는 팔레스타인 세력이 이스라엘과의 무장 갈등을 끝내는 대신 미래의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약속한 것이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이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팔레스타인의 독립 가능성마저 거부하고 있다. 그는 이날 “가자지구를 다르게 만들어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헌신한다”며 “가자지구 전쟁의 다음 날이 오면 하마스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그곳에 없다”고 말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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