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중의 두시기행문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절개, 동해시 추암 촛대바위 [두시기행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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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암해변의 일출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의 끝자락, 푸른 파도가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추암해수욕장에는 시간이 멈춘 듯한 비경이 서 있다. 수중의 기암괴석이 바다를 배경으로 어우러져 빚어내는 장관, 바로 추암 촛대바위다. 고생대 초기 캄브리아기의 석회암층이 오랜 세월 바람과 파도에 깎여 만들어진 이 거대한 시스텍(Sea Stack)은, 그 이름처럼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촛대의 형상을 하고 있어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조선 시대의 석학 우암 송시열조차 이곳의 절경에 매료되어 발길을 떼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촛대바위가 지닌 매력을 짐작게 한다.

촛대바위는 우리에게 무척 친숙한 풍경이기도 하다. 국민의 가슴을 울리는 애국가 첫 소절의 배경 화면으로 자주 등장하며, 그 꼿꼿한 자태는 대한민국 일출의 상징이 되었다. 파도가 거친 날이면 하얀 포말 사이로 승천하는 용의 기개를 보여주고, 바다가 잔잔한 날이면 깊은 호수처럼 고요한 신비로움을 머금는다. 촛대바위 주변으로는 형제바위를 비롯한 기암괴석군이 호위하듯 서 있어, 마치 바다 위에 피어난 석림(石林)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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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암촛대바위의 야경


이곳의 진면목은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녘에 드러난다. 촛대바위와 형제바위 사이로 붉은 해가 고개를 내미는 순간, 동해의 온 바다는 타오르는 불꽃처럼 일렁인다. 수많은 사진작가와 여행객들이 이 찰나의 장엄함을 담기 위해 추암을 찾는다. 하지만 해가 진 뒤의 풍경 또한 일출 못지않게 매혹적이다. 최근 정비된 야간 조명이 기암괴석을 비추면, 낮의 웅장함은 사라지고 신비롭고 몽환적인 야경이 펼쳐진다. 달빛과 조명이 어우러진 촛대바위의 실루엣은 밤바다의 파도 소리와 함께 깊은 사색의 시간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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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암 촛대바위


촛대바위에는 애달픈 전설 한 자락이 전해 내려온다. 옛날 이곳에 살던 한 남자가 소실을 얻자 본처와 소실 사이에 심한 투기가 벌어졌고, 이에 노한 하늘이 벼락을 내려 두 여인을 데려가고 홀로 남은 남자의 형상이 지금의 바위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 전설 때문인지 거친 파도 속에서도 홀로 우뚝 솟은 바위의 모습이 때로는 고독하게, 때로는 흔들리지 않는 굳건함으로 다가온다. 지질학적으로는 해안 카르스트 지형의 정수를 보여주는 소중한 자연유산이기도 하여, 최근에는 균열과 풍화로부터 이 비경을 지키기 위한 정밀한 보존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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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이 켜진 촛대바위의 모습


촛대바위가 있는 추암해변의 고즈넉한 정취를 만끽하는 것 또한 추천한다. 해변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걷다 보면 해식동굴과 시스텍이 만들어낸 독특한 지형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 인근에는 동해의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식당들이 즐비하며, 특히 시원한 물회 한 그릇은 동해 바다의 풍미를 온전히 전해준다.

촛대바위에서 시작해 해암정으로 이어지는 길은 가벼운 산책 코스로도 제격이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곳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촛대바위는, 오늘도 변함없이 동해의 아침을 열며 여행자들에게 잊지 못할 찰나의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글·사진 김희중 칼럼니스트 iong563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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