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실상 선전포고’라는 말이 나올 만큼 독일과 러시아의 긴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독일이 자체 방어망 구축에 나섰다. 지난 6일(현지시간) 독일 빌트 등 현지 언론은 독일 정부가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공격과 사보타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이동식 드론 방어 부대를 배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독일 연방경찰 산하에 마련된 이동식 드론 방어 부대는 공항과 기차역, 정부 청사 등 핵심 인프라 상공을 드론으로부터 방어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들은 베를린, 뮌헨, 프랑크푸르트, 함부르크 등 9개 대도시에 분산 배치되며, 위협이 감지되면 헬기와 차량을 이용해 수 분 내 급파돼 공역을 차단한다. 보도에 따르면 이 부대는 대드론 정찰 차량과 드론 재머 등으로 무장하며 현장에서 이를 직접 격추하거나 탑재된 폭발 장치를 안전하게 해체·무력화하는 권한을 갖는다.
또한 독일은 해킹과 바이러스 등 사이버 공격을 실시간으로 탐지하는 가상의 방어막인 ‘사이버 돔’도 구축한다. 이는 공공 기관과 기업을 대상으로 한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을 막기 위한 것으로 연방정보보안청(BSI)을 중심으로 구축된다.
독일이 이처럼 물리적 공간뿐 아니라 사이버 공간에서도 방어벽을 세우는 이유는 러시아의 공격이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알렉산더 도브린트 독일 내무부 장관은 “러시아가 공항에 폭발물 드론을 이용한 하이브리드 공격을 감행하고 도심에 공작원을 침투시키고 네트워크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가하는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앞서 독일 정부는 지난달 4일 라이프치히 할레 공항에서 발견된 폭발물 탑재 드론의 배후가 러시아라고 발표했다. 지난 1일 알렉산더 도브린트 독일 내무장관은 “연방정부는 이번 하이브리드 공격의 책임이 러시아에 있다고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이에 독일 정부는 주독 러시아 대사를 초치한 것은 물론 본 주재 러시아 총영사관을 폐쇄하고 베를린의 러시아 문화센터 ‘러시아 하우스’ 운영 협정도 종료하기로 했다.
이에 러시아는 강하게 반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독일 정부가 지지율 하락 등 내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억지 증거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독일의 선전포고라고 운운했다. 그는 6일 총영사관과 문화원 폐쇄 등 독일 정부의 보복 조치와 관련해 “이는 본질적으로 실제 전쟁의 시작”이라며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하기 전 상황을 떠오르게 한다. 그들은 다시 전쟁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을 다시 유럽 군사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메르츠(독일 총리)의 발언들이 이제 실행되고 있다. 그는 사실상 우리에게 전쟁을 선포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박종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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