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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내려도 기름값 안 떨어질 것”…한국에도 ‘재앙’ 오나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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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AI 생성 이미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이란 전쟁과 이를 계기로 촉발된 사우디아라비아·예멘 후티 반군의 분쟁으로 소비자들의 기름값이 현재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이달 초 사우디의 동서 송유관이 드론 공격으로 가동을 멈추면서 원유 수송이 다시 호르무즈 해협으로 몰려 전 세계 유조선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동서 송유관은 페르시아만에서 생산한 원유를 홍해 연안 얀부항까지 보내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할 수 있게 하는 사우디의 핵심 수송망이다.

그러나 최근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의 동서 송유관을 타격하면서 사우디는 해당 송유관의 가동을 일시적으로 멈춘 상태다. 동서 송유관이 가동을 멈춤에 따라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페르시아만 라스타누라항 등 동부 수출항을 통한 선적을 늘리고 있다.

현재 아람코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 여건이 여전히 불안정하다고 보고 원유 수송에 ‘선박 간 환적’(STS) 빈도를 높이는 추세다. 선박 간 환적은 걸프 내 항구에서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해협 밖 오만 인근까지 짧은 구간을 왕복한 뒤 다른 선박에 원유를 옮겨 싣는 방식이다.

WSJ는 “이 과정에서 기존 장거리 원유 수송에 투입됐던 VLCC 상당수가 호르무즈 주변 단거리 운송에 묶여 전 세계적인 선박 부족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WSJ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운항하는 VLCC 약 900척 가운데 15%가량이 호르무즈 해협 오만 연안에 몰려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호르무즈 해협 빠져나오는 데 드는 비용은?향후 중동 정세에 따라 국제유가가 하락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주유소에서 쓰는 기름값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에는 대형 유조선 부족 현상으로 인한 용선료 상승이 있다.

해운정보업체 윈드워드에 따르면 이달 초 페르시아만에서 원유를 싣고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오는 VLCC의 하루 용선료는 사상 처음 100만 달러(한화 약 14억원)를 넘어섰다. WSJ은 “이는 배럴당 약 26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으로서 현재 원유 가격의 약 4분의 1에 달한다”고 전했다.

후티 반군이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 주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도 용선료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

사우디 국적의 선박들은 후티 반군의 맹렬한 공세 탓에 홍해-수에즈 운하 대신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을 돌아 유럽으로 가는 항로를 선택하는 추세다. 이는 운송 기간을 약 2주 더 늘리고 선박 1척당 약 100만 달러의 비용을 더 들게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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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7월 16일(현지시간)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은 라이베리아 국적의 유조선이 홍해 한복판에서 폭발하는 모습. EPA 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VLCC 운임 급등이 중동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해운 조사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이달 17일 기준 전 세계 VLCC의 하루 평균 운임은 65만 1107달러(약 9억원)로 1주일 전과 비교해 약 2배 수준으로 올랐다.

WSJ는 “서아프리카~중국 등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는 항로 운임도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란 전쟁 이후 원유 특사 파견 등을 통해 수입처를 다변화한 한국도 VLCC 운임 급등으로 인한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재 상황에 따라 향후 국제유가가 하락하더라도 유조선 부족과 높은 운임이 지속된다면 휘발유·경윳값은 쉽게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강의하는 전 에너지 트레이더 아디 임시로비치는 WSJ에 “정유사에 중요한 것은 원유 자체 가격이 아니라 운송료를 포함한 실제 도착 가격”이라며 “이 모든 비용이 포함된 주유소 가격은 결국 소비자의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사우디 송유관 1개월 중단 시 재앙적 수준 위험”이란 전쟁과 더불어 최근 격화한 사우디와 후티 반군의 물리적 충돌이 한국 등 전 세계에 재앙적 수준의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앞서 미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6일 해양정보업체 케플러 분석을 인용해 “사우디 동서 송유관이 한 달간 가동을 중단할 경우 글로벌 원유시장이 감내해야 할 공급 차질 규모는 약 1억 2000만배럴에 달할 전망”이라며 “이는 월간 글로벌 원유 공급량의 약 4%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전했다.

이어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의 송유관 운송망이 장기간 차질을 빚을 경우 세계 에너지 시장 전반에 충격파가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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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9월 연기 내뿜는 사우디 송유관 시설. 로이터 연합뉴스


케플러의 아메나 바크르 중동 및 석유수출국기구(OPEC) 부문 분석 책임자는 NYT에 “사우디의 동서 송유관과 바브엘만데브 해협 등 두 곳의 주요 수송로가 막힌 상황에서 이란이 공격을 격화하고 있다”며 “이란 대리 세력들이 활발히 움직이는 가운데 외교적 협상의 조짐도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은 에너지 관점에서 볼 때 재앙적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15일 CNBC에 “사우디 동서 송유관 가동 중단은 짧고 일시적인 차질”이라며 “기간은 수일 단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으나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블룸버그통신에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약 6주 내에 송유관의 수송 능력을 완전히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전문가들이 재앙적 위험을 우려한 ‘송유관 1개월 중단’보다 2주 더 긴 기간이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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