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지구 횡단 대장정에 나섰던 영국의 한 모험가가 무모했던 도전의 끝에 다다랐다. AP통신 등 외신은 지난 31일(현지시간) 역사상 최초로 도보로 세계 일주에 도전한 칼 부시비(57)가 28년에 걸친 대장정을 마치고 2일 고향인 영국 헐에 도착한다고 보도했다.
1998년 11월 1일 당시 29세 청년이었던 부시비는 ‘동력 이동 수단을 쓰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에 단돈 500달러를 들고 칠레 푼타아레나스에서 출발했다. 그의 첫 번째 여정은 아메리카 대륙 종단으로 모든 순간 죽음의 고비가 찾아왔다. 남미 최남단에서 출발한 그는 칠레, 아르헨티나, 페루, 에콰도르, 콜롬비아를 거치는 안데스산맥과 거친 지형을 따라 북상했는데 정글과 늪지대를 힘겹게 헤쳐 나갔다. 여기에 콜롬비아와 파나마 국경에서는 반군과 마약 밀매 조직과 마주쳐 생명의 위협을 받았으며 정글 속에서 맹독성 뱀에게 물려 죽을 고비를 넘겼고, 말라리아를 비롯한 각종 열대 질병과도 싸워야 했다.
반대로 캐나다 북부와 알래스카를 지날 때는 상상을 초월하는 겨울 혹한을 견뎌야 했으며 야생 곰이나 늑대 무리의 습격 위험에도 상시 노출된 채 텐트 야영을 했다. 이렇게 아메리카 대륙 약 2만 7000㎞를 오직 두 발로 걸어서 돌파했는데 기간은 1998년부터 2006년까지다. 다음 여정은 가장 치명적이었다. 알래스카에서 러시아 시베리아로 가기 위해 그는 베링해협을 넘었는데, 얼어붙은 바다 위를 오직 도보와 수영만으로 견뎌냈다. 알래스카에서 시베리아까지의 직선거리는 약 93㎞지만 실제로는 14일 동안 약 240㎞를 우회해 이동했다.
천신만고 끝에 그는 시베리아에 발을 디뎠으나 이번에는 불법 입국 혐의로 체포되는 수난을 겪었다. 이후 미국 정부의 도움으로 비자 문제를 해결한 그는 몽골, 중국 국경 지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을 차례로 걸어서 통과했으며 카스피해를 수영으로 건너 유럽으로 진입했다. 부시비는 4개 대륙, 30개국에 걸쳐 약 5만㎞를 이동했으며 29세의 청년은 이제 57세의 중년이 됐다.
이렇게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기 직전이지만 부시비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그는 “내 삶의 목적과 이유가 이제 끝나는 것 같다”면서 “더 이상 알지 못하는 사회에 다시 적응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면서 “매일 걷는 수천 걸음을 절대 그리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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