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타격을 자제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만류가 무색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21일(현지 시간) “모스크바 정유공장에 대한 공격 이후 러시아 석유 정제 시설의 45% 이상이 가동 중단됐다”면서 “그 결과로 러시아 연방에서 고품질 연료가 부족해졌으며 특히 유로 5/K5 기준을 충족하는 휘발유와 경유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유로 5 및 K5 기준은 자동차가 내뿜는 매연을 줄이기 위해 연료(휘발유·디젤)의 성분과 차량의 배출가스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법적 규격이다. 러시아는 그간 대대적인 설비 고도화를 거쳐 K5 등급 연료를 대량 생산해 왔으나, 우크라이나의 지속적인 공격으로 핵심 정제 시설들이 가동 중단돼 낮은 등급 연료 판매를 다시 허용하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지난 14~20일 사이 러시아 전역과 일시적으로 점령된 군사, 에너지 및 산업 목표물을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사마라주에 있는 시즈란 정유시설과 슬라브네프트-야노스 정유공장, 모스크바 남동부 가스프롬네프트 정유시설 등을 연이어 파괴했다. 이 중 슬라브네프트-야노스 정유공장은 연간 약 1500만톤의 원유 정제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가스프롬네프트는 모스크바 전체 연료 수요의 약 40%를 책임지는 핵심 거점이다.
특히 앞서 지난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러시아 디젤 정유시설을 공격하지 말라고 요구한 바 있다. 또한 그는 “세계 디젤 가격 상승은 이란이 아니라 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이라고도 했다. 이는 미국의 평균 디젤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갤런당 6달러를 돌파하며 최고치를 기록한 것과 맞물려 있다. 이에 정치적 부담을 느낀 트럼프 대통령이 디젤 가격 상승이 우크라이나 탓이라고 돌린 것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러시아가 안타깝게도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자국 디젤 산업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면서 “수많은 디젤 정유시설이 파괴돼 적어도 일시적으로 가동이 중단된 상태”라며 우려를 표했다.
박종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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