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보수 논객과 대화하던 중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공영 라디오 NPR에 출연한 미국 보수 논객 터커 칼슨은 이란 전쟁 전 트럼프 대통령과 나눈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칼슨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여러 가지 이유로 이란과의 전쟁을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칼슨에 따르면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집무실에서 단둘이 있는 동안, 칼슨은 그에게 “이 전쟁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관한 것이 아니다. 이미 당신은 지난(2025년) 6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제거했다고 전 세계에 말하지 않았나”라며 전쟁을 만류했다.
칼슨은 “내가 이 이야기를 꺼내자 트럼프 대통령은 나를 바라보며 ‘당신 말이 맞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모두 죽는다’라고 말했다”며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한 말이다. 충격을 받은 나는 우리 아이들과 손주들, 그리고 미국은 어떻게 되는 거냐 물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하하하’ 하고 웃었다. 이건 그와 내가 나눈 대화를 그대로 옮긴 것”이라며 “나는 그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허무주의이고 어떤 지도자든 어떤 사람이든 보여서는 안 될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4명의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로서 중요한 것은 삶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살고 죽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미래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란도 발끈…”트럼프의 허무주의, 대량학살 정당화에 이용될 수도”해당 주장은 이란에서도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란 뉴스·시사 분석 매체인 누르뉴스는 2일 보도에 따르면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전날 자신의 엑스에 칼슨의 발언을 전하며 “어차피 우리는 모두 죽으니 상관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단순한 정치적 발언이 아니다”라며 “현대의 허무주의는 막대한 양의 대량 살상 무기를 손에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장 큰 지정학적 위험은 죽음에 직면한 지도자가 아니라, 죽음의 불가피성을 인간의 고통에 대한 무관심으로 정당화하는 데 이용하는 체제”라며 “’우리 모두 죽는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니 상관없다’는 것은 실존적 공포가 정치적 무기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누르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이란을 전멸시키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 비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중간선거 이후 이란에 대한 폭격 강도를 높일 것인가’라는 물음에 “가능하다”고 답했다. 또 자신이 유엔총회에서 이란을 전멸(annihilate)시킬 수도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그렇다. 그렇게 할 것이다. 가능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내가 늘 강조하는 것은 이란은 핵보유국이 될 수 없다는 것”이라며 “그들은 미쳤고, 미친 사람들이 핵무기를 갖게 놔둘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도 말했다.
누르뉴스는 “이란을 섬멸하겠다고 반복적으로 위협하는 발언과, 스스로를 ‘평화의 대통령’이라고 칭하는 발언 사이에 모순이 있다”며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터무니없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024년 6월의 12일간의 전쟁과 2020년 2월 28일에 시작된 40일간의 전쟁, 이 두 차례의 침략 전쟁으로 이란 전역에서 4500명 이상의 이란인이 사망하고 7만 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며 “개전 첫날인 2월 28일 미군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초등학교를 공격해 어린이와 교사를 포함해 168명이 사망했다”고 꼬집었다.
칼슨 “대통령 끌어내려야”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한 가까웠지만 현재는 완전히 결별한 상태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칼슨은 “트럼프가 이란을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탄핵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 정치 매체 더힐의 지난달 30일 보도에 따르면 칼슨은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어떤 대통령이든 핵무기의 선제 사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순간, 그 사람은 즉시 대통령직에서 끌어내야 한다”며 “핵 공격으로 인류 전체를 멸망시키는 것은 절대 넘어서면 안 될 ‘레드라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적은 없다.
앞서 칼슨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접근 방식과 국방부에서 마련 중인 핵전략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칼슨은 이란 문제에서 재래식 타격 수단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결과물을 얻지 못할 경우 “행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우려한다”고 말했다.
칼슨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 진영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이란 전쟁 과정에서 공화당이 미국보다 이스라엘의 안보를 우선시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트루스소셜을 통해 칼슨을 맹비난하며 그가 자신에게 반기를 든 토머스 매시(켄터키) 하원의원, 마저리 테일러 그린(조지아) 전 하원의원을 만난 것을 두고 “칼슨은 패배자”라고 비판했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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