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서부 한 마을의 주민들은 최근까지 독특한 취향을 가진 도둑 탓에 황당함을 겪어야 했다. 고가의 물건이 아닌 헌 신발만 훔쳐 달아났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이 마을에서 없어진 신발은 60여 켤레. 주민들은 작고 가벼운 슬리퍼부터 운동화와 부츠, 샌들까지 다양한 종류의 신발을 도둑맞았다.
그러나 최근 인근 숲에서 신발 무더기가 발견되면서 사건의 실마리가 풀렸다.
범인은 다름 아닌 이 숲에 사는 암컷 여우. 얼마 전 새끼를 낳은 이 여우는 사람들이 잠든 깊은 밤을 틈타 문 앞에 벗어놓은 신발 수 십 켤레를 훔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여우는 땅을 파 구멍을 만든 뒤 훔친 물건을 이곳에 보관했다. 신발은 대체로 양호한 상태였으나 운동화나 구두 끈 등은 없어지거나 훼손이 심했다.
동물 전문가는 “여우가 신발을 장난감으로 착각하고 새끼에게 주기 위해 벌인 ‘범행’으로 보인다.”면서 “마치 음식을 보관하듯 땅굴에 신발을 보관하는 영특함을 보였다.”고 말했다.
한편 ‘도난사건’을 담당한 경찰은 이 여우가 주로 여성의 신발을 훔쳤으며, 지금까지 발견된 것 외에도 더 많은 신발을 훔쳤을 것으로 추측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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