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김연아가 금메달을 목에 걸 때, 세계 언론은 그의 왼쪽에서 눈물을 흘리던 한 선수에게도 우승자 못지않게 관심을 보였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안고 출전해 시상대까지 오른 조애니 로셰트(24·캐나다)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 이틀 전인 지난 22일(한국시간), 조애니는 어머니의 사망 사실을 알았다. 심장마비로 인한 갑작스런 죽음이었다.
눈물의 연기로 3위에 오른 조애니는 동메달을 어머니에게 바쳤다. 그는 “어머니가 경기장에서 나를 붙잡고 계셨다.”고 NYT와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경기 후 조애니는 “잠도 못 잤고 정말 힘이 하나도 없었다. 프리스케이팅 마지막 점프 직전에는 다리도 풀렸다.”면서 “그 때 어머니가 나를 들어 올려 주시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쇼트 프로그램을 끝내고 “이건 당신을 위한 연기예요.”라고 속삭였던 조애니는 25일 프리스케이팅을 마친 뒤엔 하늘을 향해 “사랑해요, 엄마”라고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인터뷰에서 조애니는 “처음 어머니의 죽음을 접했을 땐 슬퍼하는 것 외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러나 그 슬픔에서 빠져나와야만 했다. 어머니가 내게 무엇을 원할지 생각했다.”면서 “어머니는 내가 항상 강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셨다.”고 말했다.
또 “어머니는 나를 강하게 만드는 날카로운 평가자이기도 했다.”며 “이번엔 ‘트리플 플립이 왜 그래? 연습 때는 좋아보이더니’ ‘왜 두 번째 더블 악셀은 놓친거지? 자면서도 할 수 있을 정도였잖아.’라는 목소리가 들렸다.”고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한편 NYT는 조애니의 곁에서 그에게 힘을 불어넣어 준 매넌 페럼 코치도 조명했다.
페럼 코치는 “솔직히 나는 우리가 이 시간을 이겨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조애니는 나를 필요로 했고 나를 믿고 있었다. 그 신뢰가 내게 힘을 줬다.”고 말했다.
사진=LA타임스 인터넷
서울신문 나우뉴스 박성조기자 voicechord@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