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당시 전차 1대가 없어 사흘 만에 서울을 내주었던 우리나라가 20여 년만에 서방진영에서 9번째로 전차 생산국 대열에 오른 순간이었다.
이 날은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전차와 생산시설을 살펴봤을 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때 공개된 전차는 ‘M-48A3K’와 ‘M-48A5K’로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미국제 ‘M-48A1’전차를 개량한 전차였다.
◆ 베트남 파병 대가로 받아온 M-48A1
1960년대 중반, 우리나라는 베트남에 병력을 파병하면서 그 보상으로 미 육군의 주력전차 중 하나였던 M-48A1을 140대 인도받는다. 주력 사단의 파병으로 발생한 전력의 공백을 보강한다는 명분에서다.
이 전차는 이전 모델인 ‘M-47’전차와 비교해 장갑을 더욱 강화하고 전근대적이던 전방 기관총수 자리를 폐지해 승무원을 5명에서 4명으로 줄였다.
M-48A1전차는 당시기준으로 우수한 성능을 갖추고 있었지만 같은 시기에 북한은 비슷한 성능을 가진 소련제 ‘T-55’ 전차를 대거 도입 중이었다.
이에 육군은 M-48A1전차의 개량형인 ‘M-48A2C’전차를 1975년부터 400여 대 도입해 주력으로 사용하게 된다.
M-48A2C전차는 거리측정기를 보다 신형인 ‘M17C’로 교체해 명중률을 향상시킨 것이 특징이다. M17C 거리측정기는 레이저를 이용한 거리측정기가 등장하기 전까지 가장 정확한 거리측정기였다.
◆ 율곡사업, 국산 전차를 만들자!
1974년부터 시작된 율곡사업은 북한과의 전력격차를 줄이는 것에 그 목적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위협은 북한의 지상전력이었다. 당시 북한은 신형 ‘T-62’전차를 대량으로 양산하고 있었기 때문에 안 그래도 차이 나는 기갑전력이 더욱 벌어지고 있었다.
육군은 M-48A2C전차를 도입하는 한편 기존의 M-48A1전차에 대한 개조작업에 들어갔다. M-48A3K와 M-48A5K는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전차다.
가장 큰 특징으로 한국형 사격통제장치가 탑재됐으며 바람의 방향이나 세기를 측정할 수 있는 환경 센서를 갖추고 있어 명중률이 크게 향상됐다.
특히 M-48A5K는 우리나라 최초의 105㎜ 전차포를 탑재한 전차로, 북한의 신형 ‘T-62’전차도 충분히 격파할 수 있다. 또 차체의 측면을 보호하는 강철제 ‘사이드 스커트’를 장착해 방어력도 향상됐다.
M-48A3K와 M-48A5K는 1985년 한국형 전차인 ‘K-1’이 양산될 때까지 육군의 주력전차로 사용됐다.
한편 율곡사업과 비슷한 시기에 미군 역시 M-48A1전차를 개량해 ‘M-48A5’전차를 만들어냈다. 이 전차는 1976년부터 1979년까지 2000대 넘게 만들어졌는데 이 중 일부가 1995년에 우리나라에 도입된 바 있다
도입수량은 약 270여대로 일부 개량을 거친 후 일선에 배치돼 사용 중이다.
◆ M-48전차의 미래
M-48전차는 도입 당시, 우수한 성능과 높은 신뢰성으로 주력전차의 자리를 차지했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 퇴역이 진행되고 있다.
개량형인 M-48A5K전차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2세대급 전차로 3.5세대를 바라보는 지금의 전장에선 전차병들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조제 장갑을 갖추고 있어 보병용 대전차무기에도 취약하고 50t에 가까운 무게에도 750마력에 불과한 엔진출력으로 기동성도 떨어진다.
특히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최대 항속거리가 260㎞에 불과했던 M-48A2C전차는 모두 퇴역했다.
남은 전차들도 K-1전차와 개량형인 ‘K-1A1’전차가 대규모로 전력화됨에 따라 보병사단의 전차부대 등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차기 전차 ‘K-2’흑표가 전력화되면 다시 고정포대나 해안포 등으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 운용하던 M-47전차나 M-48A2C전차 역시 이런 방식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다.
◆ M-48전차 제원
길이 : 9.3m
폭 : 3.65m
높이 : 3.1m
무게 : 49t
주무장 :
M68 105㎜ 강선포 1문(M-48A5, A5K),
M41 90㎜ 강선포 1문(M-48A3K)
부무장 : K-6 12.7㎜ 중기관총 1정, 7.62㎜ 기관총 2정 혹은 7.62㎜ 기관총 3정
엔진 : 컨티넨탈社 AVDS-1790-2 850마력 디젤엔진
항속거리 : 약 500㎞
최고속도 : 약 50㎞/h
승무원 : 전차장, 포수, 조종수, 장전수 등 4명
서울신문 M&M 최영진 군사전문기자 zerojin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