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햄프셔 지방의 한 매 보호구역에 사는 ‘트로이’(Troy)는 태어난 지 1년 밖에 되지 않은 부엉이다.
트로이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숲속에서 상처를 입은 채 발견됐으며, 그때부터 이곳 관리인인 가레스 토던의 보호아래 자랐다.
트로이의 상처는 곧 아물었지만, 토던은 얼마 후 어린 부엉이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숲 속 밤의 황제’라는 별명을 가졌을 만큼 비행에 능숙하며, 높은 나무위에서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는 것을 좋아하는 부엉이가 ‘고소공포증’ 증세를 보인 것이다.
트로이가 올라갈 수 있는 높이는 약 170㎝가량으로, 관리인인 토던의 어깨높이 정도다.
나무 위에 올려놓으면 1초도 지나지 않아 지상으로 내려오는가 하면, 도무지 토던의 어깨 위로는 날려고도 하지 않는다.
햄프셔 매 보호구역의 조류 전문가는 “아무래도 트로이가 높은 곳을 두려워하는 포비아를 가진 것 같다.”면서 “자라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한 사람의 어깨 높이가 자신의 한계점이라고 여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스로를 부엉이 또는 새라고 여기지 않고 사람이라고 여기고, 사람의 머리 위로 가지 않으려는 것으로도 추정된다.”면서 “고소공포증을 느끼는 새의 사례는 접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