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백작’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를 위한 경기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19일 밤(현지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10/2011 EPL’ 5라운드에서 베르바토프의 해트트릭 원맨쇼에 힘입어 라이벌 리버풀에 3-2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이날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최전방에 웨인 루니와 베르바토프를 배치한 4-4-2 시스템을 사용했다. 또한 폴 스콜스, 네마냐 비디치, 파트리스 에브라, 에드윈 반 데 사르 등 레인저스와의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예선에 결장했던 주전급 선수들을 대거 기용했다.
반면, 기대를 모았던 박지성은 대기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당초 <스카이스포츠>를 비롯한 영국 현지 언론들 모두 박지성의 선발 출전을 예상했지만, 퍼거슨 감독은 나니와 함께 노장 라이언 긱스를 좌우 측면 미드필더로 출전시켰다.
▲ ‘원맨쇼’ 베르바토프의 해트트릭
전체적인 경기 흐름은 맨유의 주도 속에 진행됐다. 맨유는 초반부터 높은 볼 점유율을 유지하며 리버풀을 압박했고 나니의 측면 돌파를 앞세워 수비진을 공략했다. 그러나 좀처럼 골은 터지지 않았다. 나니와 루니가 여러 차례 슈팅 기회를 잡았지만 모두 골대를 벗어나고 말았다.
0-0의 팽팽했던 흐름이 깨진 건 전반 41분 코너킥 상황이었다. 긱스가 올린 볼을 베르바토프가 페르난도 토레스와의 몸싸움 끝에 헤딩골을 성공시키며 리드를 잡기 시작했다. 베르바토프의 활약은 후반에도 계속됐다. 후반 58분 나니의 크로스를 환상적인 오버헤드킥으로 연결시키며 올드 트래포드 팬들을 열광시켰다.
이후 맨유는 스티븐 제라드에게 연속해서 두 골을 허용하며 2-2 동점 상황을 맞이했으나, 후반 83분 베르바토프가 또 다시 한 골을 추가하며 맨유의 승리를 이끌었다. 우측면에서 존 오셔가 크로스를 올렸고, 베르바토프가 뛰어들며 헤딩슛으로 리버풀의 골망을 흔들었다.
▲ 3년이 걸린 베르바토프의 부활
이날 해트트릭을 기록한 베르바토프는 5경기에서 무려 6골을 성공시키며 득점 단독 선수에 올라섰다. 첼시와의 커뮤니티실드까지 감안하면 6경기에서 7골이며, 2라운드 풀럼전을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골을 터트린 셈이다. 꾸준함과 폭발력, 모두 보여주고 있는 베르바토프다.
사실 올 시즌 베르바토프의 이 같은 활약상을 기대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2008년 입단 이래 매 시즌 기대 이하의 플레이를 선보이며 실망감을 안겨줬고 루니와의 호흡에서도 큰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올 시즌을 앞두고 실시한 투톱 설문조사에서도 루니와 베르바토프는 단 11%의 득표율을 얻는데 그쳤다.
그러나 베르바토프를 향한 퍼거슨 감독의 신임은 매우 두터웠다. 분데스리가 컴백 등 끊임없이 이적설에 휘말렸지만 퍼거슨은 “베르바토프의 실력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그를 높이 평가했다. 실제로 퍼거슨은 리버풀전을 위해 베르바토프에게 휴식을 부여하는 등 올 시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설마 했던 베르바토프의 부활은 리버풀전 해트트릭으로 인해 더 이상 의문부호를 달 수 없게 됐다. 최악의 영입이라며 손가락질 하던 올드 트래포드 팬들도 이날만큼은 베르바토프에게 기립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3시즌 만에 ‘백작’ 베르바토프의 진짜 전성기가 찾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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