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의 왕’ 사자와 맨손이나 다름없는 사람이 맞붙으면 누가 이길까. 영국 BBC방송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휴먼 플래닛’(Human Planet)은 최근 케냐의 한 부족민들이 사자 떼와 정면승부를 벌이는 유일무이한 장면을 포착해 내보냈다.
영상에 등장한 주인공은 도로보(Dorobo) 부족의 사냥꾼들. 전통적으로 용맹성과 호전성을 자랑하는 도로보 부족민들은 맹수가 잡은 먹잇감 일부를 다시 빼앗는 독특한 사냥방식을 간직하고 있다.
영상에서 베테랑 사냥꾼 리키타(65)는 젊은 남성 2명을 이끌고 밀림으로 나왔다. 사자 15마리가 물소를 사냥해 게걸스럽게 해치우는 장면을 목격한 이들은 울창한 풀 뒤에 숨어 지켜보다가 행동을 시작했다.
사냥꾼들은 동시에 일어난 뒤 사냥떼 근처로 다가갔다. 먹잇감을 놓고 한껏 예민해진 사자들은 위협적인 소리로 겁을 주려고 했지만 사냥꾼들은 활 한자루씩만 손에 든 채 태연한 표정으로 미동도 하지 않았다.
사냥꾼들의 기에 눌린 사자들은 이렇다 할 반격 한번 하지 못한 채 애써 잡은 물소 고기를 그대로 둔 채 하나둘씩 도망쳤다. 사냥꾼들은 그 사이에 재빨리 물소의 다리 한쪽을 자른 채 태연하게 다시 되돌아갔다.
리키타는 “위험한 순간이지만 그럴수록 자신감이 필요하다.”고 설명한 뒤 “맹수들은 막연한 두려움을 갖도록 한 뒤 이 점을 이용해 태연하게 먹잇감을 빼앗는 것이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냥방식은 그동안 촬영 자체의 위험성 때문에 세상에 공개된 적이 거의 없었다. 도로보 부족은 일부 먹잇감만 빼앗고 나머지는 맹수들의 몫으로 남겨뒀으며, 사자들은 사냥꾼들이 시야 밖으로 사라지고 난 뒤에야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고 다큐멘터리는 설명했다.
사진=다큐멘터리 캡처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