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두 경기 모두 잉글랜드의 홈 구장인 뉴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렸지만 이것은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본래 잉글랜드는 홈에서 그리 강한 팀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년 전 이맘 때 쯤 잉글랜드는 홈에서 프랑스에 1-2로 패한 경험이 있다. 어쨌든 잉글랜드는 세계 챔피언과 43년간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팀을 모두 꺾었다.
단순히 잉글랜드가 승리를 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려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더 흥미로운 점은 잉글랜드의 축구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동안 잉글랜드는 축구 종가라는 자존심 때문인지 전술적으로 그리 유연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전통적인 4-4-2 포메이션을 고집했고 최적보다는 최고의 조합을 찾으려 애썼다. 램파드와 제라드를 둘러싼 딜레마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스페인, 스웨덴과의 두 차례 평가전은 잉글랜드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경기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잉글랜드는 스페인을 상대로 4-1-4-1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포백 바로 앞에 토트넘의 미드필더 스콧 파커를 홀딩으로 배치했다. 그리고 수비수인 맨유의 필 존스를 중원에 투입하며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스웨덴전도 비슷했다. 파커와 존스가 가레스 배리와 잭 로드웰로 바뀌었을 뿐 4-1-4-1(혹은 4-2-3-1)의 시스템은 크게 변화가 없었다. 이를 두고 스페인의 세스크 파브레가스는 “베스트11에 수비수 밖에 없었다.”며 강한 불만을 터트렸지만 유로 2012 본선을 앞둔 카펠로 감독에겐 강팀을 상대로 어떤 플레이를 펼쳐야 하는지 시험할 수 있었던 좋은 무대였다.
유로 대회는 월드컵과 달리 그 어느 팀도 조별예선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그만큼 본선 진출 팀들의 전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흔히 ‘죽음의 조’라 불리는 그룹에 해당되면 매 경기 결승전을 치르는 분위기를 경험하게 된다. 카펠로 감독은 그러한 경쟁을 이겨낼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실리 축구 말이다.
지난 남아공 월드컵의 충격도 어느 정도 카펠로 감독에게 영향을 미쳤다. 당시 잉글랜드는 16강에서 숙적 독일에 1-4로 완패했다. 오심 논란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카펠로의 전술적인 부분을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실제로 잉글랜드의 4-4-2는 홀딩의 부재로 인해 수비적으로 매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는 4골을 내준 가장 큰 이유였다.
최근 카펠로 감독은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좋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스페인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들처럼 할 수 없다면 패스 플레이를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이는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스페인의 스타일을 따라 하기보다는 잉글랜드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카펠로 감독은 두 차례 평가전을 통해 이를 어느 정도 증명하는데 성공했다. 분명 잉글랜드가 보여준 경기력은 재미있는 축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수비에 중점을 뒀고 세트피스를 통해 골을 만들었다. 그러나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은 잉글랜드가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홀딩 미드필더의 추가는 잉글랜드 축구를 더 끈끈하게 만들었다.
영국 방송 ‘BBC’ 인터넷판의 ‘축구 전술 블로그’ 섹션의 칼럼도 잉글랜드의 수비력이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직접적인 비교가 될 순 없지만 일년 전 프랑스와의 평가전과 최근 스페인전에서 잉글랜드가 시도한 태클의 성공률과 분포도를 제시하며 카펠로 감독이 전체적인 수비라인을 내리고 박스 근처에서의 압박 강도를 높였다고 지적했다.
잉글랜드의 수비가 예전과 비교해 한층 안정됐다는 증거는 유로 2012 지역 예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잉글랜드는 참가 팀 중 두 번째 적은 유효슈팅을 허용한 팀이었다. 1위는 13개의 유효슈팅을 허용한 스페인이고, 잉글랜드는 16개였다. 단순히 강팀을 상대로 수비적인 자세를 취할 때가 아닌, 보편적인 팀을 상대할 때도 수비적으로 견고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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