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세 독신인 그는 애인도 없는 외로운 중년이지만 리마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망토까지 걸친 완벽한(?) 슈퍼맨 복장을 하고 길을 나서면 여기저기에서 “안녕, 슈퍼맨”하고 인사를 건낸다.
그런 시민들에게 슈퍼맨은 “안녕, 슈퍼프랜드”라고 일일이 답해준다.
차베스가 슈퍼맨으로 변신한 건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이다. 투우사를 꿈꾸던 그는 노동자, 연구소 직원 등으로 일하다 실업자가 됐다.
그때 차베스가 떠올린 게 “슈퍼맨이 되자.”였다.
그는 시장에서 파란색 옷을 사다가 동생에게 망토를 붙여 슈퍼맨 옷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그렇게 만든 옷을 입고 거리에 나선 게 천직(?)이 됐다.
슈퍼맨 옷을 입고 다니는 괴짜로 소문이 나면서 그에겐 일감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행사가 상품을 선전하면서 전단지를 나눠달라고 하고 선거 때면 정당에서 “유세장에 나와 달라.”고 부탁했다.
10년 전에는 한 정당의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에 도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슈퍼맨의 힘이 달렸는지 국회에 입성하진 못했다.
슈퍼맨 차림으로 부지런히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그는 한 달에 평균 160달러(약 18만원) 정도를 번다.
벌이가 넉넉하지 못해 리마의 한 가난한 동네에서 월세를 살고 있지만 그는 “슈퍼맨의 힘이 넘친다.”며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아직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는 그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애인이 생긴다면 달에서 사랑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