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장인·장모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결혼 생활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지만, 아내가 시부모와 친밀하면 오히려 이혼율이 높다는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미시간대학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진이 지난 1986년부터 그해 결혼한 부부 363쌍(당시 25~37세)을 26년간 추적 연구한 결과 위와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연구를 이끈 테리 오부흐 교수는 결혼 첫해에 여성에게는 남편이 장인·장모와 얼마나 가깝다고 생각하는지를, 남성에게는 아내가 시부모와 얼마나 친밀하다고 생각하는지를 1~4점 사이에서 기재하도록 했다.
그 결과, 결혼 초기 장인·장모와 친밀한 남편을 둔 부부는 16년 뒤 이혼할 확률이 집단 평균보다 20% 낮았다.
반면 아내가 시부모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기록한 부부는 정반대로 이혼할 확률이 20%나 높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시부모에 친밀함을 느끼는 여성이 가족 간에 선을 제대로 긋지 못함에 따라 나중에는 시부모와의 가까운 관계를 참견으로 느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연구결과를 보면 여성은 아내나 엄마로서의 정체성을 매우 중요시하는 데 시부모와 가까우면 육아나 살림에 대해 간섭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여성은 이를 정체성에 대한 간섭으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남성은 남편이나 아빠로서의 정체성보다는 경제를 책임지는 가장으로서의 정체성을 중시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장인·장모의 충고나 간섭이 자신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즉 이번 연구 결과가 아들과 딸을 둔 부모들에게 각기 다른 시사점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부흐 교수는 “아들을 둔 부모라면 며느리와 가깝다고 해서 많은 조언을 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반대로 딸을 둔 부모라면 사위를 가족처럼 가까이 여긴다는 표현을 가능한 한 많이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가족관계 저널’ 최신호에 실릴 예정이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