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히 화가 난 할아버지는 “진짜로 죽으면 장례식장엔 가족 누구도 찾아오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거짓 광고를 낸 주인공은 올해 70세로 알바니아에 살고 있다. 평생 그리스와 캐나다 등지에서 이민생활을 한 그는 4년 반 전 모국으로 귀국, 오랜 해외생활을 정리하고 정착했다. 아들과 딸, 친척들과 말년을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소원은 바람일 뿐이었다. 친척은 물론 자식까지도 그를 찾아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외국에서 힘들게 돈을 벌어 가족과 친척을 도운 그는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할아버지는 “캐나다에서 살 때는 버는 대로 돈을 가족과 친척들에게 보내줬다”며 “모국과 가족이 그리워 돌아왔지만 이제는 돈이 없다고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가족과 친척을 만나기 위해 최근 신문에 자신의 부고광고를 냈다. 자신의 집 주변에는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는 포스터까지 만들어 부착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할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건 큰딸뿐이었다.할아버지는 “4년이 넘도록 가족들이 한번도 찾아오지 않았다.그리운 사람들을 만나려 거짓 광고를 냈지만 실망만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장례식장에 가족이나 친척의 조문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유언을 미리 남겼다.
할아버지는 “사람은 살아 있을 때 돌봐야 한다”며 “사망한 뒤에는 아무 소용도 없다”고 허탈해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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