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는 정말 필요한 순간에 나타나서 팀을 구해주는 선수다.”
이는 축구만이 아닌 야구, 농구 등 스포츠 전반에 걸쳐 통용되는 격언이다. 그리고, 축구계에서 이 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를 뽑는다면, 적어도 잉글랜드와 EPL에서는 웨인 루니 이상의 선수는 없다.
루니는 12일 몬테네그로 전에서의 골로 잉글랜드 축구 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수립했다. 친선경기에서의 골을 제외하고, 국가간 경쟁대회(월드컵, 유로 등)에서 기록한 골에 관한 기록이다. 루니가 27골을 기록 중이며, 오웬이 26골을 기록했고, 게리 리네커가 22골, 앨런 시어러가 21골의 기록을 갖고 있다.
친선경기에서의 골을 더하더라도, 루니는 37번째 골을 기록해, 잉글랜드 최고 기록을 갖고 있는 보비 찰튼의 49골에 다가서고 있다. 루니의 나이와, 앞으로의 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보비 찰튼의 기록도 루니가 깰 수 있을 것으로 잉글랜드 언론은 내다보고 있다.
그의 ‘스타’로서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왜 루니가 이 말에 어울리는 선수인지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먼 과거로 돌아갈 필요도 없다. 이적설이 난무했던 지난 여름과 이번 시즌 그의 활약으로도 충분하다. 모예스 감독이 공개석상에서 ‘루니는 반 페르시 다음 옵션’이라고 말했을 때, 타 팀으로의 이적설이 끊기지 않았을 때 루니에게는 ‘정말로’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다. EPL 최강의 2선을 자랑하는, 그러나 원톱 공격수가 항상 아쉬운 첼시로 건너가서 무리뉴의 지휘 아래 바로 원 톱 스트라이커로 뛸 수도 있었다. 그에게 관심을 보이는 해외 명문 구단으로 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루니는 묵묵히 맨유에 남아서, 실력으로 그가 ‘진짜 스타’임을 증명하고 있다.
리그에서 몇 십 년 만의 부진을 겪고 있는 맨유를 지탱하고 있는 선수가 루니라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그의 ‘스타 본능’이 제대로 발휘된 것은 12일 열린 잉글랜드와 몬테네그로 전에서였다. 전반전이 0-0으로 끝났을 때, 잉글랜드의 팬들과 언론은 극도의 불안함에 시달리고 있었다. 축구팬들을 놀라게 했던 2008 유로 본선 탈락 이후, 잉글랜드는 자타공인 모든 국제대회에서 가장 높은 부담감을 갖고 임하는 팀이다.
그에 대조되게 성적은 늘 신통치 않다. 몬테네그로 전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월드컵 본선 직행 여부마저 불투명하다. 호지슨 감독에 대한 신임도 위태위태한 상황이었다. 어떻게든, 골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잉글랜드가 운명의 기로에 놓여있을 때, “스타는 위기에서 나타나 팀을 구하는 선수”라는 말처럼, 등장한 스타는 이번에도 루니였다. 영어식 표현을 쓰자면, “루니 아니면 누가?”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루니는 자신 앞으로 튕겨나온 공을, 골키퍼와의 간격이 넓지 않았고, 퍼스트터치가 다소 엉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골문 안으로 밀어 넣었다. 0-0 상황의 엄청난 부담감이 사라지자, 잉글랜드 전체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잉글랜드는 월드컵 본선 직행의 9부능선을 넘어섰다.
과거 베컴이 그리스 전에서 환상적인 프리킥 골로 잉글랜드를 2002년 한일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켰듯이, 루니가 슈퍼스타로서의 계보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꼭 한 경기에서의 활약이 더 필요하다. 도르트문트의 레반도프스키가 이끄는 폴란드 전이 그것이다. 폴란드는 유로, 월드컵 등의 대회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강호이며, 잉글랜드가 1점차로 앞서고 있는 조 2위 우크라이나는 마지막 대전에서 승리가 확실시된다. 무승부도 안 되는, 승리만이 필요한 마지막 대결이 루니 앞에 기다리고 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승리를 위해서는 골이 필요하다. 잉글랜드는 ‘무조건’ 골을 넣어야 한다. 잉글랜드에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는 많지만, 그 골 장면을 진두 지휘해야 할 선수는 누가 뭐래도 잉글랜드의 ‘진짜 스타’ 웨인 루니다.
사진출처:웨인루니 공식 홈페이지
이성모 스포츠 통신원 London_201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