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같은 세상, 동화같은 배경, 동화같은 결말에 익숙한 디즈니 속 주인공들이 현실로 나온다면 어떤 반응과 모습을 보일까?
미국 뉴욕에서 일하는 애니매이션 아티스트 제프 홍은 현실로 나온 디즈니 캐릭터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예컨대 디즈니의 대표작 ‘인어공주’ 속 주인공인 에리얼은 맑고 푸른 바닷속, 푸른 하늘 아래 파도가 넘실거리는 모래사장이 아니라 기름이 잔뜩 유출된 거무튀튀한 바다에 엎드려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다.
어린이들 사이에서 여전히 큰 인기를 자랑하는 ‘곰돌이 푸’ 속 주인공 역시 평소 극중에서 지내던 울창한 나무숲이 아니라 무분별하게 벌목돼 잡초만 남은 허허벌판에 망연자실하게 앉아있다.
중국을 배경으로 펼쳐진 ‘뮬란’ 속 주인공 뮬란은 스모그에 시달린다. 그녀의 뒤로는 희뿌연 스모그와 오염된 공기로 가득 찬 톈안먼 광장이 서 있고, 뮬란은 마스크를 쓴 채 이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명장면의 주인공은 바로 ‘미녀와 야수’ 속 주인공 벨이다. 그녀는 더욱 아름다운 외모를 위해 성형외과를 찾아 수술 받을 부위를 미리 펜으로 그린 뒤 거울을 바라보고 있다. 그녀 뒤에는 병원의 하얀 수술대와 각종 도구들이 즐비해 있다.
이밖에도 동물원 안에 갇힌 ‘라이온 킹’의 심바, 서커스단의 노리개로 전락한 ‘아기코끼리 덤보’, 동물병원 우리에 갇힌 ‘101마리 달마시안’ 등 동물들의 수난도 이어진다.
일명 ‘Unhappily Ever After’(그 후로 오랫동안 행복하지 않은)라는 제목의 시리즈로 디즈니 속 캐릭터들을 현실세계로 불러들인 작가는 “어느 날 갑자기 디즈니 속 주인공들이 자신과 전혀 연관이 없는 환경에 처한다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고 제작 동기를 밝혔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이 시리즈를 본 뒤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에 대해 다시 한 번 인지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