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온라인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 호주 판은 최근 시드니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흑인 바리스타 고용을 두고 벌어진 인종차별 논란에 대한 자세한 사항을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브라질 출신 호주 시민권자로 최근 9년간 전문 바리스타로 활동해온 닐슨 도스 산토스(39)는 지난 16일, 시드니 도심 달링허스트에 위치한 포브스 앤 버튼 카페( Forbes and Burton cafe) 채용면접에 참여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카페 주인으로부터 채용불가 통보를 받았는데 그 이유가 “당신이 흑인이기 때문”이라는 것.
본래 구직사이트에 게시됐던 포브스 앤 버튼 카페의 주요 채용기준은 바리스타 경력 외에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현지인’이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호주 시민권을 가지고 있고 거의 10년에 육박하는 바리스타 경력의 소유자였던 산토스는 본인에게 결격사유가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민자가 많은 호주의 특성상 카페 주인은 산토스와의 사전 전화인터뷰 때 출신국적을 물었고 “브라질”라는 산토스의 답에 별 문제없이 최종면접을 진행했다.
하지만 실제 산토스의 모습을 본 카페주인은 금세 마음을 바꿨다. 산토스가 흑인이었다는 점에 굉장히 놀란 듯, “당신을 채용할 수 없다”고 확실히 선을 그은 것이다. 너무나도 황당한 상황에 산토스는 이유를 물었고, 카페주인의 답은 “해당 지역은 주로 백인들이 많이 통행하며 카페 손님 대다수 역시 백인이다. 그런데 백인들은 흑인 바리스타가 만들어주는 커피를 별로 안 좋아할 것 같다. 흑인이 커피를 만드는 문화는 이곳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너무나도 큰 모멸감을 느낀 산토스는 카페 중앙으로 나아가 당시 매장 내에 있던 손님들에게 “지금 여기서 쉬고 계신 분들께는 너무나도 죄송하지만 꼭 할 말이 있다. 오늘 나는 이 카페에 바리스타 면접을 보러 왔고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채용불가 통보를 받았다. 이것이 과연 말이 되는 일인가?”라고 호소했다. 놀랍게도 당시 매장 내에 있던 손님 대부분은 적극적으로 산토스의 편을 들어주며 카페주인을 강력하게 성토했다.
이 사태는 지역 언론의 주목을 끌었고 한 매체는 문제의 카페주인과 인터뷰를 진행하기까지 했다. 스티븐이라는 이름의 카페주인은 상하이 출신 중국인으로 올해 막 시드니에 이민 온 상태였다. 그는 지역 언론을 통해 “해당 지역은 백인들이 자주 다니는 곳인 만큼 바리스타 역시 그들의 기호에 맞추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지역에 오래 거주했던 ‘현지인’이라는 채용 조건을 걸었던 것”이라며 “나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 다만 흑인이 바리스타로 있으면 백인손님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줄 것 같다는 이유 때문에 그를 채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카페주인의 처신에는 여러 가지 의문점이 남는다. 결국 후에 그가 채용한 바리스타는 일본인으로 그가 말한 ‘현지인’ 기준과는 전혀 맞지 않았다. 이에 반해 산토스는 엄연한 호주시민으로 오랫동안 해당 지역에서 커피를 만들어온 베테랑 바리스타였다. 그는 지난 수년간 커피를 만들며 한 번도 피부색 때문에 차별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
한편, 해당 카페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호주 시드니에 인종차별을 하는 커피 전문점이 존재한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올라오며 포브스 앤 버튼 카페를 보이콧하려는 움직임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