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 버밍엄 대학 연구팀은 배우자, 가족, 친구 등 사랑하는 사람이 사망하는 경우 정신 뿐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간 ‘가슴이 찢어진다’는 말로도 표현될 만큼 사별의 고통은 육체적으로도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 이번에 버밍엄 대학 연구팀은 최근 사별을 겪은 18~45세의 젊은층, 65세 이상 노인층 30명과 평범한 일반인의 ‘피검사’를 비교해 이를 입증했다.
연구팀이 주목한 세포는 백혈구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호중구’(Neutrophils). 호중구는 인체의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중요 혈액 세포로 이 수치가 떨어지면 각종 박테리아에 쉽게 노출돼 질병을 얻기쉽다.
총 60명의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는 놀라웠다. 사별을 당한 65세 이상 노년층의 경우 호중구 수치가 눈에 띄게 줄어 들었기 때문이다.
연구를 이끈 안나 필립스 박사는 “호중구 수치가 떨어진다는 것은 곧 면역 시스템 기능도 함께 붕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면서 “그만큼 노인은 치명적인 폐렴 등 각종 질환에 걸리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우자를 잃은 노인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별을 겪은 젊은 층은 유의미한 수치 차이가 나타나지 않아 이와 대조를 이뤘다. 연구팀은 이를 스테로이드 호르몬(DHEA)의 영향으로 분석했다.
필립스 박사는 “사별을 겪은 젊은층의 경우도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갔지만 호중구 수치가 떨어지지는 않았다” 면서 “이는 노화를 억제하는 호르몬인 DHEA의 역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