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긍정적인 사람인지 부정적인 사람인지 쉽게 구별하기 위한 방법이 있다. 컵에 절반 정도의 물이 차 있을 때 이를 보고 ‘아직 반이나 남았다’고 떠올리면 긍정적, ‘절반밖에 안 남았다’고 하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이와 비슷하게 어떤 특정한 일로 실망감을 맛봤을 때에도 뭔가 밝은 면을 발견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게 하지 못하고 그저 우울감에 빠져드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는 인간이 실망감을 느꼈다는 감정에 관한 정보를 처리하는 뇌 부위와 이를 제어하는 메커니즘에 개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캠퍼스(UC샌디에이고) 연구팀이 밝혔다. 즉 쉽게 우울감에 빠져드는 사람은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 불균형해서라는 것.
이런 실망감으로 우울감을 갖게 하는 주 요인은 바로 외측고삐핵(lateral habenula)에 있다. 뇌의 시상상부에 있는 외측고삐핵은 대뇌기저핵과 시상하부, 대뇌피질에서의 입력 정보를 처리하고 반응을 부호화해 뇌간으로 출력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원숭이를 이용한 기존 연구에서는 실망감을 느끼면 외측고삐핵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망을 억제하는 시스템에서는 뚜렷한 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는 이 외측고삐핵에서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민산과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 감마아미노닉산)라는 두 물질 모두가 분비되고 있으며 이 부위에서 실망감을 처리(억제)하는 기능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또 우울증에 걸린 쥐의 뇌에서는 글루타민산이 증가하고 가바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상태에서 항우울제를 투여하면 가바의 농도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사물을 비관적으로 파악하는 사람은 분비되는 가바의 생성량이 적어 실망 등에 대해서 보통 사람보다 감수성이 높다. 따라서 ‘앞으로 더 나쁜 일이 생긴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실망감에 대처하려면 가바의 충분한 생성이 중요하다고 연구팀은 제안하고 있다.
연구를 이끈 로베르토 말리노 박사는 “이번 실험으로 부정적인 사건에 대해 감수성이 약화하는 과정을 발견했다”면서 “이는 우울증의 새로운 치료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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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