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리(열량)를 극단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체중을 빠르게 감소하는 ‘크래시 다이어트’(Crash Diet). 이 방법은 기존의 연구를 통해 ‘살은 빨리 빠지지만 곧 요요가 온다’는 게 정설로 알려졌다. 따라서 다이어트할 때 천천히 시간을 들여 체중을 줄여나가는 것이 권장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 정설을 뒤집는 연구결과가 호주 멜버른대학의 조지프 프로이에토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에 의해 밝혀졌다.
새로운 연구에서는 급격히 날씬해진 사람과 천천히 살을 뺀 사람 중에서 요요가 올 확률이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남녀 204명(여성 153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팀은 하루에 450~800칼로리(kcal) 정도를 한 종류의 다이어트 식품으로 12주간 섭취하게 하고 나머지 그룹은 하루에 200~2500칼로리 정도의 일반식을 36주간 먹도록 했다.
그 결과, 한 종류의 다이어트식을 섭취한 크래시 다이어트 그룹은 5명 중 4명이 기간 내에 원래 체중의 약 12.5%를 감량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천천히 살을 뺀 그룹에서 원래 체중의 12.5% 이상을 감소하는 데 성공한 이들은 50%에 불과했다.
프로이에토 박사는 “단기 다이어트는 계속 강한 동기부여를 이끌어낼 수 있으므로 성공하는 사람이 많았다”면서 “또 하나의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단순히 칼로리를 줄인 식사를 먹는 것보다 쉬운 것도 성공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팀은 두 그룹에서 요요가 발생하는지도 조사했다. 그 결과, 다이어트에 성공했던 참가자들은 목표 달성 이후 144주(3년) 동안 체중을 유지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후에는 이들 중 71%가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는 요요현상을 보였다. 하지만 그 비율은 두 그룹 모두 거의 차이가 없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결과적으로 '급격한 체중 감소는 곧바로 요요가 발생해, 천천히 살을 빼는 것이 더 좋다'는 정설과는 일치하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팀은 크래시 다이어트에는 필수 영양소가 부족하므로 그런 성분을 함유한 보충제를 섭취하도록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할 때에는 별도의 보조 식품에 의한 영양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에서 천천히 살을 뺀 그룹도 실제로 살이 빠지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두 그룹 모두 크래시 다이어트로 볼 수 있으므로 차이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연구를 이끈 프로이에토 박사가 이 다이어트 식품 제조업체에서 의료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던 것으로 드러나 이 연구결과의 신뢰도에 의문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의학저널 ‘란셋 당뇨병과 내분비학’(Lancet Diabetes and Endocrinology)에 실렸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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