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텐 논쟁이 뜨겁다. 글루텐은 보리나 밀 등의 곡류에 존재하는 불용성 단백질로, 글루텐 함량에 따라 밀가루의 종류가 결정되기도 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글루텐의 부작용이 속속 보고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어 왔다. 글루텐이 여드름과 피부 가려움, 설사, 비만, 습진, 탈모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근래 들어서는 ‘글루텐 프리’ 식품이 유행처럼 판매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글루텐은 ‘죄’가 없으며 오히려 글루텐 함량을 5% 미만으로 낮춘 ‘글루텐 프리’ 식품이 건강에 더 해로울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영국 워릭대학교의 식품영양전문가인 로버트 릴리화이트 박사는 “굉장히 유행하고 있는 밀-프리(Wheat Free) 다이어트의 과학적 근거는 매우 희박하다”면서 “이러한 다이어트 방법은 당신의 지갑을 얇아지게 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보면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글루텐이 포함된 밀가루 등으로 만든 음식이 건강에 해로운지에 대해 아직 학계의 의견이 분분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글루텐 프리 식품 열풍이 강한 영국에서는 정확한 사실 조사를 위해 영국영양재단(British Nutrition Foundation)까지 나섰다. 소속 연구원들은 글루텐 성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글루텐 불내증’(gluten intolerance) 환자가 영국 내에서는 1%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이를 피해 글루텐-프리 식품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밀 시리얼로 유명한 식품제조사 역시 이 같은 현상에 반발하고 있다. 영국 W사의 한 관계자는 “글루텐 프리 식품은 ‘비난을 받고 있는’ 빵보다 첨가물 및 당분과 포화지방이 많이 함유된 경우도 많다”면서 “특히 통밀은 미량 영양소(극히 적은 양이기는 하나 없어서는 안 될 영양소)와 섬유질이 풍부해 위장 건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브리스톨대학의 한 연구에서는 빵보다 파스타가 더욱 심한 복부 팽창을 유발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빵이 위장을 더 부풀게 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영국에서 하루 섬유질 권장량은 30g인데 반해 90%에 달하는 사람들이 권장량의 절반만을 섭취하고 있다”면서 “34세 이하의 25%는 선풍적인 글루텐 프리 다이어트 때문에 이전보다 시리얼과 빵을 덜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