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날 죽이려 해요.”
영국 런던에 거주하는 한 아프가니스탄 출신 여성(22)이 친부모로부터 지속적인 살해 위협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현지 일간지인 데일리메일의 5일자 보도에 따르면 정확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이 여성은 2005년부터 친부모와 조모, 남동생으로부터 강제 결혼을 강요당했다. 그들은 “결혼에 응하지 않고 집안에 불명예를 끼치면 머리를 잘라 죽일 것”이라며 여성을 압박했다.
지난 4월, 신고를 접한 현지 경찰은 그녀에게 강제 결혼을 압박한 가족들을 체포했다. 도주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불구속 수사를 벌였고, 지난달에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가족의 여권을 압수했다. 문제의 부부에게는 미성년자 자녀가 2명 더 있었고, 다른 자녀들에게도 강제 결혼을 강요할 것으로 우려됐기 때문이다.
강제 결혼을 강요하는 부모와 여성의 갈등이 한창이던 2008년, 당시 10대였던 여성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는 “당시 부모가 의뢰인과 함께 14일간의 아프가니스탄 여행을 계획 중이었다. 부모는 의뢰인에게 6개월가량 더 머물러야 하며, 부모가 정해 준 사람과 결혼을 마치고 와야 한다고 명령했다”고 전했다.
이어 “만약 아프가니스탄행 여행을 거절할 경우 가족에게 불명예를 안길 수 있다며, 지속적인 폭행과 협박, 감시를 했다.”면서 “이 같은 사연은 가족에게서 시달리는 여성이 자신의 학교 관계자에게 털어놓으면서 관계 부서를 통해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영국 법원은 이후 지속적인 감시를 통해 이들 부부가 자녀에게 결혼을 강요할 수 없도록 하는 ‘강제결혼 금지명령’을 내렸고, 이를 어길 시에는 가족 모두가 영국 밖으로 쫓겨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당국의 보호를 받은 이 여성은 지난 10월 자신이 사랑하는 배우자를 만나 아프가니스탄에서 결혼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