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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과학] 왜 사람은 긁으면 더 가려워 질까?

작성 2014.11.09 18:24 ㅣ 수정 2014.11.09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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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모기에 물리면 긁으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가려운 부위를 긁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가렵다고 긁으면 오히려 물린 부위가 더 붓고 더 가려움증이 심해지지만, 그 순간만큼은 일단 시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긁는 순간 우리가 느끼는 시원함은 사실은 약한 통각이다. 인간의 감각 신경 중 시원함을 감지하는 부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피부를 긁을 때 발생하는 약한 통각이 일시적으로 가려운 감각을 방해해서 가려움증에서 잠시 해방되는 것이다. 그리고 대개 그 순간이 지나면 다시 가렵다. 문제는 그렇게 몇 번 긁고 나면 더 가렵다는 것이다.

'가렵다고 자꾸 긁으면 더 가렵다'는 것은 경험적 지혜지만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치 않은 부분들이 많다. 그런데 최근 동물 실험을 통해서 그 메커니즘을 규명할 실마리가 나타났다. 워싱턴 대학의 가려움증 연구 센터의 저우펑 첸(Zhou-Feng Chen) 교수와 그의 연구팀은 오래전부터 가려움증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는데 쥐를 이용한 동물 모델에서 신경 전달 물질인 세로토닌(serotonin)이 바로 이런 현상의 원인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들이 학술지 뉴런(Neuron)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긁을수록 더 가려워지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리가 가려운 부위를 긁고 나면 사실 피부에는 자극에 의한 염증과 통증이 발생하게 된다. 이 통각은 신경을 타고 뇌까지 전달되는데, 이에 대한 반응으로 중추신경계에는 세로토닌이 분비된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 의하면 이 세로토닌이 통증만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가려움증까지 자극해 더 긁도록 만들고, 결국 같은 현상이 반복되면서 이전보다 더 가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연구팀은 유전적으로 세로토닌 분비가 되지 않은 실험용 쥐를 이용해서 가려움을 유발하는 물질을 피부에 주입해 쥐가 얼마나 열심히 그 부위를 긁는지 관찰했다. 결과는 정상 쥐보다 세로토닌이 없는 쥐는 정상 쥐만큼 열심히 가려운 부위를 긁지 않았다.

이후 가설을 더 명확히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세로토닌이 없는 쥐에 세로토닌을 주입했다. 세로토닌이 주입된 실험군 쥐는 다시 대조군인 정상 쥐만큼 열심히 가려운 부위를 긁기 시작했다.

비록 좀 더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세로토닌이 동물에서 가려움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실험적 증거가 나타난 셈이다. 연구팀은 세로토닌을 억제하는 물질을 주입했을 때 쥐에서 긁는 반응이 감소하는 것까지 확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첸 교수는 세로토닌 억제 약물을 가려움증 치료에 사용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로토닌은 인체에서 매우 중요한 신경 전달 물질로 여러 가지 기능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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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세로토닌은 우울증과도 관련이 있다. 항우울제 가운데 하나인 프로작(Prozac)은 SSRI(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계열 약물로 그 작용 기전은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막아 세로토닌의 농도를 시냅스 간극에서 높이는 것이다.


만약에 세로토닌 억제 약물을 쓸 경우 이와는 반대 작용이 일어나 우울증을 심화시키거나 기타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세로토닌이 모든 수용체에서 공통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첸 교수는 이미 2009년에 가려움증에 관련된 신경인 GRPR 뉴런을 발견한 바 있다. 이 뉴런은 5HTA1 이라는 세로토닌 수용체를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만 특이적으로 작용하는 약물이 나올 수 있다면 가려움증을 더 효과적으로 치료할 길이 열리지도 모른다.

이 가능성은 앞으로 연구를 통해 입증되어야 하겠지만, 만약 이것이 약물로 조절이 가능해진다면 가려움증을 치료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려움증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겠지만, 더 심해지는 것은 막을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물론 실제 인체에 응용되기까지는 앞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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