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사람에게 길들여진 개와 야생에 사는 늑대 중 어떤 동물이 더 '계산'에 밝을까?
최근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수의과 대학 연구팀이 개와 늑대의 '숫자 인지'를 테스트한 연구결과를 발표해 관심을 끌고있다. 많은 동물들 중 '머리' 좋기로 소문난 개와 '친척뻘' 늑대를 비교한 이 연구는 두 동물 중 과연 누가 더 똑똑한지에 대한 단초를 제공해준다.
실험방법은 이렇다. 2개의 불투명한 통 속에 각기 숫자가 다른 치즈조각을 넣어두고 개와 늑대가 더 많은 양의 치즈가 담긴 통을 잘 선택하는지 조사해본 것. 그 결과는 재미있다. 개와 늑대 모두 더 많은 치즈가 담긴 통을 잘 선택했지만 늑대의 골라내는 실력이 개보다 월등했다. 또한 통 속에 돌을 넣어두는 '방해공작'에도 늑대는 개보다 양많은 치즈가 담긴 통을 잘 선택했다.
연구를 이끈 프리데리케 레인지 박사는 "개들은 치즈를 눈으로 보고나서야 정확한 양을 구별해 냈다" 면서 "이에비해 늑대는 눈으로 보지 않아도 먹이의 양을 정확히 인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개는 늑대에 비해 먹이량의 차이를 구별하는 능력이 떨어질까?
이에대해 레인지 박사는 "인간에게 길들여진 개는 더이상 먹이를 사냥할 필요가 없다" 면서 "안전하게 잘 곳도 마련돼 있으며 심지어 짝짓기 상대도 인간이 정해준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야생에서 중요한 양의 구별같은 능력이 가축화된 개에게는 필요없어 자연스럽게 퇴화됐다는 것.
레인지 박사는 "사자와 하이에나 등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적보다 수적으로 우세하다고 판단될 때 곧잘 싸움을 벌인다" 면서 "이처럼 야생동물에게 있어 양의 구별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개는 오랜시간에 걸쳐 가축화되면서 인지기술 같은 능력은 늑대에 비해 떨어진 반면 사회성은 오히려 커졌다" 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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