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보다

[아하! 우주] 보이저 1호가 촬영한 지구와 태양계 가족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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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 밸런타인데이에 60억km 떨어진 명왕성 궤도에서 보이저 1호가 찍은 지구 사진. 동그라미 속 한 점 티끌이 70억 인류가 사는 우리 지구다.
1990년 밸런타인데이에 60억km 떨어진 명왕성 궤도에서 보이저 1호가 찍은 지구 사진. 동그라미 속 한 점 티끌이 70억 인류가 사는 우리 지구다.


지구에서 인간이 찍었건, 우주공간에서 망원경이 찍었건 간에 지금까지 찍어온 모든 천체사진 중 가장 ‘철학적인 천체사진’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다. 이 사진이 지난 14일 밸런타인데이에 25번째 생일을 맞았다.

이 사진이 촬영된 날은 지난 1990년 2월 14일로 대중 천문학 책 ‘코스모스’의 저자로 유명한 故 칼 세이건의 제안으로 이루어진 일이었다. 당시 명왕성 부근을 지나고 있던 보이저 1호의 망원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려 지구의 모습을 찍어보자고 칼 세이건이 제안했던 것. 그러면 이 우주 속에서의 지구 위치를 보다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세이건은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반대가 만만찮았다. 그것이 인류 의식을 약간 바꿀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과학적으로는 별로 의미가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게다가 망원경을 지구 쪽으로 돌린다면 자칫 태양빛이 망원경 주경으로 바로 들어갈 위험이 크다. 이는 끓는 물에 손을 집어넣는 거나 다름없는 위험한 행위라고 미 항공우주국(NASA) 과학자들은 생각했다. 조그만 망원경으로 태양을 바로 보더라도 실명의 위험이 있을 만큼 태양빛은 망원경과는 상극이다.

이런 상황이라 칼 세이건도 아쉽지만 한 발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는데, 마침 새로 부임한 우주인 출신 리처드 트룰리 신임 국장이 결단을 내렸다.
 
"좋아, 그 멀리서 지구를 한번 찍어보자!"

그래서 그날 태양계 바깥으로 향하던 보이저 1호에게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리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지구-태양 간 거리의 40배나 되는 60억km 떨어진 곳에서 보이저 1호가 잡은 지구의 모습은 그야말로 ‘먼지 한 톨’이었다.

칼 세이건은 이 광경을 보고 “여기 있다!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라고 시작되는 감동적인 소감을 남겼을 뿐만이 아니라,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쓰기도 했다.

이때 보이저 1호가 찍은 것은 지구 뿐이 아니었다. 해왕성과 천왕성, 토성, 목성, 금성 들도 같이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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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저 1호가 지구를 찍을 때 함께 찍은 태양계 행성 식구 단체 사진. 60장의 사진으로 겨우 다 담았다. 사진의 글자가 각 행성 위치이고, 수성은 태양에 너무 가까워 들어가지 못했고, 화성은 운 나쁘게 렌즈 빛 얼룩에 묻혀버렸다
보이저 1호가 지구를 찍을 때 함께 찍은 태양계 행성 식구 단체 사진. 60장의 사진으로 겨우 다 담았다. 사진의 글자가 각 행성 위치이고, 수성은 태양에 너무 가까워 들어가지 못했고, 화성은 운 나쁘게 렌즈 빛 얼룩에 묻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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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태양계 행성들은 우주 속에서는 역시 먼지 한 톨이었다. 사진에 보이는 지구 주변의 붉은빛은 행성들이 지나는 길인 황도대에 뿌려진 먼지들이 태양빛을 받아 만들어내는 빛깔이다.

보이저 1호는 쌍둥이 탐사선으로, 보이저 2호(1977년 8월 20일 발사)보다 보름 늦게 발사됐는데도 ‘1호’라는 명칭을 얻었다. 2호보다 더 빨리 우주를 탐험하도록 설계돼 현재 지구-태양 간 거리의 130배가 넘는 190억㎞ 거리에서, 그리고 2호는 150억㎞ 거리에서 태양계 바깥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인간이 만든 물건으로 가장 멀리 날아간 셈이다.

보이저 1호의 수명은 애초 20년으로 예상됐으나, 플루토늄 배터리를 이용해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수명 예측은 이제 2025년 혹은 2030년까지 늘어났다. 그때까지 지구로 보내올 최초의 태양계 밖 탐사자료에 대한 기대는 벌써 천문학계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아래는 칼 세이건 박사의 ‘창백한 푸른 점’ 육성 소감이다.

다시 저 점을 보라.
저것이 여기다. 저것이 우리의 고향이다. 저것이 우리다.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아는 모든 이들,
예전에 그네들의 삶을 영위했던 모든 인류들이 바로 저기에서 살았다.

우리의 기쁨과 고통의 총량, 수없이 많은 그 강고한 종교들, 이데올로기와 경제정책들,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 영웅과 비겁자,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부,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 아버지와 어머니들, 희망에 찬 아이들,
발명가와 탐험가, 모든 도덕의 교사들, 부패한 정치인들, 모든 슈퍼스타, 최고 지도자들,

인류 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저기-햇빛 속을 떠도는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이다.
지구는 우주라는 광막한 공간 속의 작디작은 무대다.

승리와 영광이란 이름 아래, 이 작은 점 속의 한 조각을 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장군과 황제들이 흘렸던 저 피의 강을 생각해보라.

이 작은 점 한구석에 살던 사람들이,

다른 구석에 살던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던 그 잔혹함을 생각해보라.

얼마나 자주 서로를 오해했는지, 얼마나 기를 쓰고 서로를 죽이려 했는지,
얼마나 사무치게 서로를 증오했는지를 한번 생각해보라.

이 희미한 한 점 티끌은 우리가 사는 곳이
우주의 선택된 장소라는 생각이 한갓 망상임을 말해주는 듯하다.

우리가 사는 이 행성은 거대한 우주의 흑암으로 둘러싸인 한 점 외로운 티끌일 뿐이다.
이 어둠 속에서, 이 광대무변한 우주 속에서 우리를 구해줄 것은 그 어디에도 없다.

지구는, 지금까지 우리가 아는 한에서, 삶이 깃들일 수 있는 유일한 세계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 인류가 이주해 살 수 있는 곳은 이 우주 어디에도 없다.

갈 수는 있겠지만, 살 수는 없다.
어쨌든 우리 인류는 당분간 이 지구에서 살 수 밖에 없다.

천문학은 흔히 사람에게 겸손을 가르치고 인격형성을 돕는 과학이라고 한다.
우리의 작은 세계를 찍은 이 사진보다 인간의 오만함을 더 잘 드러내주는 것은 없을 것이다.

이 창백한 푸른 점보다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을 소중하게 다루고,
서로를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는 자각을 절절히 보여주는 것이 달리 또 있을까?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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