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보다

[아하! 우주] 은하 형성의 ‘잃어버린 고리’ 찾았다

작성 2015.03.05 10:24 ㅣ 수정 2015.03.05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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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심부에서 활발한 별의 탄생을 보여주는 아즈텍-3(AzTEC-3) 은하. 주위에 이웃 어린 은하들과 합병이 진행중으로, 은하단이 형성되는 첫번째 단계다. ALMA가 관측한 원시 은하단의 상상화.
출처 NRAO/AUI/NSF


-125억 광년 전 '우주 초기' 시대서 발견

-격렬하게 ‘별’ 구워내는 ‘질풍노도 은하’ 아즈텍-3

별들이 만들어지는 우주 발전소는 초기 우주에서 은하들이 어떻게 형성되고 진화하는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쇼케이스이다.

지구로부터 125억 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역동적인 한 은하가 엄청난 속도로 별들을 생성해내고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고 우주전문 사이트인 스페이스닷컴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은하는 마치 숙련된 붕어빵 장수가 빵틀에서 붕어빵을 구워내듯이 무서운 속도로 별들을 구워내고 있는데, 우리은하의 별 생성 속도보다 무려 1,000배나 빠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 힘이 넘치는 문제의 은하는 아즈텍-3(AzTEC-3)이라고 불리는 은하로, 가까운 주위에 보다 얌전한 은하 3개를 거느리고 있다.

현재 '계층적 병합'의 진행과정에 있는 이들은 초기 우주의 작은 은하들이 충돌을 통해 좀더 큰 규모의 은하로 성장한다는 모델의 사례 중 최상의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시 은하단 형성의 첫 단계에 있음을 보여주는 이번 관측 데이터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ALMA 전파망원경으로 관측된 내용이다.

"ALMA의 관측 데이터는 아즈텍-3이 상당히 고밀도의 은하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은하의 폭발적인 별 생성은 이론상 예측된 최대 한계에 거의 근접한 상태이며, 이보다는 덜하지만 역시 활동적으로 별을 생성하고 있는 어린 은하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고 논문의 주저자인 도미니크 리처스 코넬 대학 부교수가 밝힌다.

"이 특별한 은하군은 우주의 진화 중 은하단 형성에 관한 중요한 이정표를 보여주고 있다. 원시 우주에서 성숙하고 거대한 은하들이 어떻게 나타나게 되었나 하는 것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별과 은하들은 보통 수십억 년에서 수백억 년까지 살면서 진화한다. 고작 백년을 못 사는 인간이 이들의 전 생애를 추적할 수 있는 것은 각 진화 단계를 보여주는 샘플들이 우주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천문학자들은 정립된 이론 모델에 따라 각 단계에 있는 대상 천체들을 우주에서 찾아내어 조각그림 맞추듯이 끼워맞춤으로서 별과 은하의 전 생애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 관측된 아즈텍-3이 그 동안 못 찾았던 은하 조각그림의 한 조각인 셈이다.

육분의자리 방향에 있는 아즈텍-3은 스펙트럼 상의 특정 부분에서는 밝은 빛을 내지만, 가시광선과 적외선 파장에서는 매우 희미하여, 천문학자들이 서브밀리미터 은하로 분류하고 있는 은하에 속한다. 이러한 현상은 별들이 계속 생성되고 있는 환경에서 먼지에 흡수된 별빛이 원적외선 파장에서 재복사됨으로써 발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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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스바루 망원경과 ALMA 전파망원경의 데이터를 합성하여 만든 아즈텍-3 은하 영역 이미지. 원 안의 천체는 원시 은하단 구성원으로 스바루 망원경이 먼저 찍었고, 뒤에 ALMA가 화살표가 가리키듯이 명확하게 잡아냈다.
출처 NRAO/AUI/NSF


우주 초기에 출발한 이 빛이 우주를 가로질러오는 동안 우주 팽창에 영향을 받아 지구에 도착할 무렵이면 원적외선의 빛은 스펙트럼상의 서브밀리미터/밀리미터 파장으로까지 옮겨가게 된다.

ALMA 전파망원경을 사용해 전에 없이 정밀한 관측을 수행한 연구자들은 아즈텍-3이 하루에 만들어내는 별의 수가 우리은하가 일년에 걸쳐 만드는 별들보다 더 많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주위에 있는 보다 얌전한 활동 은하에 비해서도 100배가 넘는 속도다.

아즈텍-3 은하의 먼지와 가스들은 거의 회전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과거의 어떤 사건이 이들의 회전운동을 방해했음을 시사한다. 가장 유력한 혐의점은 최근 다른 은하와의 합병으로 보인다.

"아즈텍-3은 지금 격렬하고도 짧은 격변을 겪고 있는 중이다. 이는 은하의 진화단계 중 폭발적으로 새로운 별들이 생성되는 시기로 우주 연대기에서 매우 드문, 가장 격렬한 단계를 거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리처스 박사는 설명한다.

이 은하는 우리가 사는 지구에서 약 125억 광년 떨어진 거리에 있다. 우주에서는 거리가 곧 시간이다. 말하자면 이 은하의 모습은 약 125억 년 전의 모습이란 얘기다. 천문학자들은 이 은하가 우주 탄생 직후 약 3억 년 만에 태어난 모습을 지금 관측하고 있는 셈이다.

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원시 우주의 거대 규모 구조는 이러한 은하 충돌을 통해 이루어졌을 거라고 예측해왔다. 수십억 년에 걸쳐 은하 충돌이 계속 진행되었고, 결국 오늘날 우주에서 관측되는 거대한 은하와 은하단들을 만들어냈다고 보는 것이다.


이번의 ALMA 데이터는 우주의 나이가 현재 나이의 8% 정도밖에 되지 않았을 당시 전체 진행과정 중 중요한 첫번째 단계를 명확한 사진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동시에 아직 중력으로 확실히 묶이지 않은 상태에서 병합이 진행중인 3개 은하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사상 처음으로 제공해주었다. 이들 병합중인 은하들에 대해 천문학자들은 원시 은하단의 전형으로 보고 있다.

"ALMA의 주요 과학적 목표 중 하나는 우주의 전 시기에 걸친 은하를 탐사하고 세부적으로 연구하는 데 있다. 이번 관측은 초기 우주에서 은하들이 합병되는 첫번째 단계를 찾아냄으로써 은하 형성의 전체 조각을 맞춰나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국립 전파전문대 천문학자 크리스 카릴리가 강조한다.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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